
이상용(영화평론가,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인디포럼에서 마련한 월례포럼 3월은 방금 전에 보신 <경>이구요, 남다은 영화평론가와 함께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여러 가지 영화상영 후에 대담자리가 있습니다만 월례포럼 참석자들의 수준이 높다고 익히 들어서(웃음)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구요, 궁금한 것도 많으실 텐데, 워낙 실험적인 영화여서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이야기 좀 나누다가 마이크를 돌려서 여러분의 의견도 받고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사회를 보게 된 이상용이구요, 반갑습니다.
김소영(영화감독, 영화평론가): 안녕하세요, HD로 찍은 영화인데 오늘은 VHS수준으로 나와서, 찍을 때 사로잡혔던 이미지가 파란색이 이 영화의 모티브였는데 거의 경악스러운 수준의 칼라가 있어서 안절부절 하다 HD가 지원되지 않는 프로젝터인걸 알았어요. 영사기는 가장 보수적으로 변하는 것 같네요, 이제까지 상영본 중에 가장 맘 졸이며 보고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가장 어려운 상영이었어요. 양해 말씀 드리구요, 4월 29일 개봉하면 그때는 HD조건이기 때문에 지금 관객분들께 초대권을 드리고 싶습니다. 시네마테크에서 상영하던 때보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운되어있어서 그렇습니다.
이상용: 제가 본 버전 중에서도 가장 좋지 않은 버전이었습니다. 영화 제목이 경이기도 하고 윈도우에 대한 무수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그걸 느끼기에는 부족한 환경. 프로듀서 통해서 다른 퀄리티의 윈도우를 보시고 싶은 분들께 기회를 드린다하시니까 추후에 연락주시구요. 이야기 시작하죠. 계속 나오는 단어가 윈도우이고 이렇게 다양한 윈도우를 보여주는 영화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데 남다은 평론가께서는 이 영화의 윈도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남다은(영화평론가): 눈이 부셔서 객석 얼굴이 안보여 좋네요(웃음). 윈도우에 대해서 먼저 말씀드리기 전에 개인적인 이야기가 필요한데, 처음 접한 건 영화가 아니고 글이었어요. 리뷰였는데 리뷰들을 보면서 리뷰들이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들 중에 하나가 여성들 간의 관계, 모녀관계 자매관계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런 관계를 다룬 영화들을 보면 패턴화시키고 전형화시키고 자연적인 관계처럼 만들면서 대인화시키는데 결론지점에 이르면 울어야할 것 인가 말아야 할 것인가에 이르게 되는데, 영화리뷰를 보면서도 혹시 그런 내용일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놀랐던 것은 영화를 본 후에 나는 그런 패턴화 된 감정을 알고 있다 생각하고 방어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지점에서 맘이 움직이는 지점이 있었어요. 왜 내가 가장 불편해하는 관계를 영화 속에 끌고 왔는데도 마음이 움직일까를 생각해보니 단지 가족 안에 묶여있지 않고 아버지의 그림자가 없다는 것이 자유롭게 만들어 준 것 같고 어떻게 해서든 관계를 시공간 안으로 끌고 들어왔을 때 디지털 신자유일수도 있는데 거기서 다시 언어화하는 것, 여성적 언어 여성성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언가 계속 관계를 통해 여자들이 지도를 그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게 역사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료되는 것은 이 관계만을 다루는 게 아니라 거기서 무언가를 계속해서 역사화 하는데 내가 알고 있던 역사화가 아니라 뭔가 끊임없이 지어나가고 무를 대변하고 과정에 있지 않나 생각하구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통용화 되는 게 창이란 생각이 들어요. 무엇이 윈도우에서 비쳐지나, 인물들이 하는 문장의 내용들이 무엇일까를 고심하면, 무언가 맺혀있는데 들어오지 못하거나 부유하는 것들, 보여 지지 않는 것을 끊임없이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용: 윈도우부터 차근차근 짚어나가면 좋겠는데요. 윈도우에 대한 여러 가지와 윈도우의 법에 관한 장면을 보며 카프카의 <법 앞에서>가 생각났는데 <법 앞에서>는 시골사람이 법 밖에서 기다림으로 법 상태에 묶여있는 이야기인데 유목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앞 상태에서 서성이거나 지연된 상태라는 점에서 보면 모티브나 윈도우라는 법과의 관계 안에서 삶이라는 것은 딜레이된 상태로 살아가는 것, 실천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로 이야기가 가고 있습니다. 고전적 이야기를 테크놀러지를 차용해서 변형하신 것 같습니다.
김소영: 사실은 이게 워낙 저예산이어서 개인적으로는 기억나는 곳이 하나도 없어요. 아쉬운 건 창이 휴게소에서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는 장면이나 춤을 추는 장면이나 이런 걸 4일동안 찍어야 해서 힘들었고 후경이 연기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도 그렇구요. 카프카적인 세계가 있긴 있었어요. 시퀀스로 되어있었고 굉장히 중요한 생각이라고 해야 하나, 그랬던 건 마주침,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고 카프카는 맞구요. 불확정적 운명적인 마주침이 삶의 중요한 동력을 끌어내고 그다음에도 이어지고 하는 부분들에 마음을 많이 쏟았죠. 이런 이야기 잘 안하는데 두 분 다 평론가시고 여기 월례비행 중요한 자리인데 너무 퀄리티가 나쁜걸 보여드려서 이론적으로 보상할까 하는 생각이 크네요(웃음). 설명할 수 없게 화면이 떨어져있어서, 가장 힘든 상영이었네요.
이상용: 철학적 이야기를 하면 프랑스 철학들이 삼투되는 게 사실이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해 벤야민 작업도 해오시고 했는데 아감벤과 관련해서도 영화적 인용을 쓰시니까 영화라는 것과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말씀해주셔도 다양한 모티브를 가지는데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김소영: 그런 것들을 영화 속에서 안보이게 하려 노력했던 것 같아요. 가령 경계문제라든지 그런 것들이 변제되어지고 권력 작용하고 외부로 가려는 그런 것이 정말 있는 건데 있다고 하기도 뭐하고 상상적인 기류들이기 때문에. 책을 읽고 사니까 그런 것들이 영화로 번역되는데 번역할 때 날것으로서의 것들이 들어오지 않았으면 했거든요. 장 뤽 고다르는 멋있는데 장 뤽 고다르 이후로 부터는 영 힘든 거죠(웃음). 번역작업에 굉장히 시간자체를 소비하는 것이니까.
이상용: 감독님께서 체화된 것들로 표현하시고자 하는 것은 이론적 베이스가 있는 사람이 만들었다 내지는 모녀관 계같은 경우를 보면 담론적 영화처럼 어쩔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다은: 물론 그렇죠, 그리고 이게 김소영 평론가께서 만든 것을 알고 봤던 것이기도 하고 나래이션이나 글귀들이나 이런 것들이 그런 베이스 없이 나왔다 하기에는 너무 지적인 것 같죠. 여러 이론가들 말씀하셨는데 제 방식이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이영화가 지적으로 다가왔다면 이 영화에 밀착하는 게 힘들었을 것이고 그 부분이 신기했던 거죠. 표면은 지적인데 나는 왜 여기서 물질적인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킬까를 생각 해보게 되고 그걸 언어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용: 구체성에 대해서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소영: 영화를 만들고 나서 여러 분들이 초청을 해주셔서 영화제나 등등에서 만나보면 놀라는 게 20대 블로거들이 이 영화를 정말 빨리 이해한다는 거였어요. 구성의 짜임새를 금방 파악해요. 이런 다중성이나 다층성의 것들을 금방 이해해서 저도 평론하지만 블로그들을 읽으며 놀랐어요. 10년 전 <거류>를 찍었는데 그건 오해, 지옥이예요. 사람들이 평 하는 것들을 보면 오해에 오해인데, 지금은 이해라기 보단 자기 방식대로의 접근이 굉장히 놀랄 정도였어요. 저도 이 영화를 블로그를 통해 소통하면서 관객들을 젊은 관객들을 새롭게 알게 된 느낌이 있었어요.

이상용: 감정적인 요소 중 하나, 모녀관계가 특별한 것 같거든요.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실제인지 거짓인지가 섞여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 건 정말 가상인 것이 돌아보면 현실이고 현실이 가상처럼 보이는데, 자매의 진술을 통해 뭐가 진실인지를 모르겠다는 생각이 <경>을 세 번째 보는데 지금도 헷갈리거든요. 어떤 걸 진실로 생각해야 할까 고민스런 지점 중 하나였습니다.
남다은: 그게 이상용 평론가님이 남자라서 그래요, 라는 말이 유치하기는 한데요(웃음), 그냥 이게 느껴지고 체화되는 지점이 있어요. 예컨대 엄마는 없지만 엄마 언니 동생이 있는데 같은 말을 하는데 뭐가 진실인지 구분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셋이서 동일인물을 쓰고 있는 거고, 순서가 아니라 기원이 있고 기원을 찾아올라가는 그런 식의 지도그리기가 아니라 늘 내 안에 뭔가가 있는데 이게 뭔지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느낌이 이렇게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김소영: 덧붙여서 제 관심은 대중심리학 이야기를 하고 프로이드이야기를 하는데 지금 우리가 픽션들을 매체를 통해 접근하는데 가장 원초적 관계, 엄마 딸 자매들도 원초성이라는 게 여러 차례 이야기되죠. 드라마가 너무나 하이킥을 하는 곳에서 모녀 자매관계는 정전이 없는 관계인데 너무나 많은 매체에서 원초적 관계를 바꾸는 픽션들이 있어서 그런 대중문화 속에서 새로운 알고리즘을 생각해봤어요. 텔레비전을 미워하는 것도 있고, 텔레비전을 영화적으로 번역해서 하는 게 있었고 어려운 모녀 관계, 특히 딸들이 유추컨대 젊었을 때 어머니를 닮아 미인들이고 재능도 있고 당당한데 엄마는 한때 그러다가 실제 삶이 하강곡선을 탈 때의 사람들이 관계를 만들고 애도할 것인가, 원초적인 관계를 다시 쓰면서 기가 막힌 거지 않나요.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어머니 고향을 찾은 게 아니라 엄마가 좋아하던 드라마 찍은 세트장을 찾는 자체가 우리의 현재기도 하고 미래기도 할 것 같아요.
이상용: 남자이기 때문에 던지는 질문 또 드립니다(웃음). 양은용씨가 질문하는 것 중 하난데 ‘당신은 검색엔진이야 뭐야’라 물었을 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창이 사라지기도 하고, 그런 맥락에서 저 남자는 중성적 기계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남성캐릭터가 무엇인지가 중요하게 생각되었어요.
김소영: 창의 캐릭터는 얼 잭슨 선생님이 많이 쓰셨구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가 창이고, 경을 실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싫어하라 밀어붙인 부분도 있고. 보통은 불쾌한 남주인공이 나오는데 그 주인공을 이해하는 구조죠, 홍상수 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대부분 그렇죠. 약간 경을 그런 식으로 생각한 부분이 있구요, 창은 약간 요정 같은 조력자예요. 이 친구가 실종되는 사람을 찾기도 하고 애니메이터, 실경에 가까운 건 애니메이터고 실직자고 이래서 사실 이게 근본적으로는 전제하고 이야기하듯이 남녀가 서로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그걸 표현한 것도 있고, 유니크한 관계인거죠. 검색엔진만은 아니고 촉촉한 웨어인데 창이 푸는 퀴즈가 실제로 있는 퀴즈예요. 프랑스 인권위원회에서 양성애성을 평가하기 위해 제작된 것인데 성을 가르기보단 나중에 퀴즈를 풀다보면 그걸 이해하게 되는게 포인트죠. 대부분 엑스타잎으로 나와요. 창의 섹슈얼리티자체는 암시가 되어있어요. 창이란 캐릭터, 실제 애니메이터들은 실제라고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부분들도 있어요.
남다은: 창이 일본사람에게 밀린 것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 ‘한국남자가 된다는 것은 일본남자가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반대맥락에서 보면 창이 창에 잡히지 않잖아요. 그런 맥락이 연결되며 한국남자가 된다는 것에 설명하며 포경수술, 군대 이야기를 하고 상처, 고난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상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보통 한국남자들의 역사를 떠올릴 때 계속해서 구조화하는 역사라 생각했고 많은 영화들이 그렇게 말했는데,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상실의 역사가 가능하겠다, 지도를 그려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용: 이야기가 남녀설정으로 바뀌는 듯 한데 이쯤에서 질문이나 궁금증이 생길 것 같아요. 손을 들어주시면 마이크 드릴 테니까 하실 말씀 있으시면 말씀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없으시면 이야기 들으시는 도중에 편하게 손을 들어주세요. 고속도로 휴게소를 어떻게 잡게 되었는지, 반복적 공간이기도 하구요 공간 선택이 가장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인데.
김소영: 제가 <거류>를 찍을 무렵 주말에 10시간 정도 운전해서 대진고속도로 완성이 되지 않았을 때 보성에 내려가곤 했는데 죽을고비도 넘기고 했어요. 당시 밤에 출발하면 새벽에 길로 들어가는데 새벽에 잘 모르는 마을이 나타나고 아침 일찍 농부들이 길 지나가는 분위기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때 남강휴게소는 정기적인 곳은 아닌데 우회를 해서 가끔 가는 곳이에요. 요즘 휴게소랑은 달리 다른 방식으로 열려있는 휴게소고 왕가위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게 24시간 편의점이에요. 홍콩은 소멸의 공간이라 생각하는데 97년 전후에서, 왕가위에게 바치는 오마주이기도 하구요. 거기가 무서운 곳이기도 해요. 휴게소 잘못섰다가 바퀴를 뚫어서 여름에 차 온도가 36도였어요, 정말 여러 차례 구른 적도 있고 납치도 일어나고 실종도 일어나고. 그런 공포와 동시에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휴게소가 유일한, 서울에서 일을 하니까 밤중에 내려가면 7시 반 정도면 휴게소가 너무 필요하거든요. 그런 절박한 로케이션이었어요. 중요한 곳이죠.
이상용: 실제로 무서운 느낌은 없었긴 하지만요(웃음).
김소영: 촬영감독이 밤에 찍질 않았어요, 조명장비가 없다고(웃음). 진짜 예산이 없어서 나에게 대뜸 약속을 하라 하더라구요. 그래서 밤 장면이 없어요.
이상용: 만약 여건이 되었다면 찍으실 의향이 있는 거죠?
김소영: 네. 목욕하는 장면이나 몸이 드러나는 장면들도요. 당연히 후경과 창의 섹스 신이 있는데 그런 밤 장면들을 찍을 수가 없었어요.
이상용: 이름도 전경, 후경으로 시작해서 흥미롭게 풀어나가는 것 같더군요.
남다은: 평론가로서 좋은 태도는 아닌데 그런 분석을 안 하려고 해요. 어떤 관객 분께서 말씀을 잘 해주셨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보질 않았어요. <경>이 어떤 의미이고 순서를 생각하면 그런데, 말씀 부탁드려요. 깊게 도식화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상용: 그런 차원의 질문은 아니었구요, 이름이 일단 있으니까 감독이 왜 그렇게 이름을 짓고 굳이 그 단어를 썼을까를 고민해보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소영: 어떤 블로그를 보니 이 영화를 이해하는 건 쉽다, 전경 후경 창. 이 관계속에 모든게 다 보인다하더군요. 사실 그게 구조였어요. '경'이란 제목을 갖고 있었고 그걸 전경, 후경이라 지으며 중간에 창이 있고 영화 시작되는 구조였죠.
이상용: 일단은 이름이라는 것들이 세계를 명명하는 방식이고 애초 편집본을 보여주셨을 때도 제목으로 고민하던 시점에 만났을 때였던 터라 영화 속에서 이름이 단순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가이드역할을 해주기 때문에도 그렇구요. 이제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관객 질문을 받아야 하는데, 질문 주세요(웃음).
김소영: 마음에 드는 감독을 지정해도 되나요?(웃음). 여기 이숙경 감독님(웃음).
이숙경(영화감독): 평론가 두 분이 말씀하시고 이야기하니까 어, 이러면서(웃음). 저는 영화를 전혀 그렇게 안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구요. 저는 느끼면서 봤어요. 화질이 깨졌다고 하지만 좋았고 유령처럼 떠도는 인물들에 대한 느낌들이 좋았고 첫 대사 나오기 전까지도 좋았고 편안했어요. 부유하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볼 수 있었구요. 하나 궁금한 건 맨 처음에 인트로에서 남강휴게소가 나오고 차가 후진을 하잖아요, 그때 긴장감이 드는데 후진할 때 덤프트럭이 지나가더라구요. 저예산이라 말씀하시니까 우연히 생각했는데, 덤프트럭을 보냈나, 시간을 맞췄나 이런 생각도 들고. 찍으시는 방식이 많은 영감을 주었어요. <거류>를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큰 수영장, 큰 호수에 달빛을 받으며 가만히 떠있으며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상용: 이숙경 감독님, 감사합니다. 또 지정하실 감독있으신가요?(웃음)
김소영: 이송희일 감독님이요(웃음).
이송희일(영화감독): 지정으로 질문하고 이런 게 처음인 것 같아서 좋구요(웃음). 저는 영화 만드는 입장으로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 궁금했어요. 하나는 계속 따라다니는 장면 찍었잖아요, 너무 잘 찍으셔서 찍는 과정을 여쭤보고 싶고 두 번째는 음악들이 의외로 많구나 라는 생각했는데 사전 단계에서 기획하신건지 편집하며 넣으신 건지 궁금했습니다.
김소영: 박기웅 감독과 함께 <거류>와 <질주환상>을 달리거나 로드를 가거나를 내리 찍고 그 분이 <천상고원> 찍은 걸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로드를 참 잘 찍으세요. 죽어라 차들만 따라다니며 했는데 흥미로웠던 건 주인공 경이 양은용씨 잖아요, 굉장히 고생을 했어요. 13 ~14시간을 밤에 운전했는데 이분이 야맹이세요. 밤에 안 보이는데 옆에서 왼쪽 오른쪽 비가 옵니다 등의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양은용씨가 정말 대단하더라구요. 거의 사고 안나고 마친 게 기적이거든요. 주차장이나 이런데서 사고가 꽤 많이 났는데 천운이었던 거죠. 레드타임 같은 게 영화에 있죠, 편집단계엔 많았는데 일종에 마주침 전의 것 같은. 죽어라 찍었어요, 세시 반에 일어나서. 음악은 둘 중에 하나예요, 에드워드 양 같은 경우 음악을 안틀고 대화와 사운드만 가지고 승부를 하고 제가 영화에서 염두에 뒀던 것은 알모도바르가 음악을 쓰는 방식이었어요. 음악을 들으며 시나리오를 썼구요, 프리실라 같은 경우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레드타임과 과도한 가사 자체가 있는 음악을 이질적으로 선택했어요. 근본적으로 여자의 노래를 좋아해요. 뛰어난 여성음악가들이라 생각해서 현장에서도 틀고 시나리오단계에서도 틀고 촬영감독도 좋아했어요. 사실 이런 건 영화제들이 싫어해요(웃음). 이걸 사기치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음악을 과도하게 쓰면 정면승부가 아니라 생각하기 때문에 말이죠. 그걸 아는데 썼어요.
이상용: 저는 그런 생각이 안 들던데요(웃음). 또 지정하고 싶은 감독님 있으신가요.
김소영: 제가 두 분 영화를 좋게 봐서 저도 경청하고 싶어서 지정해드린 것이었어요(웃음).
이상용: 이제 대화를 마무리 짓는 시간을 가지죠. 이야기 중에 못 나온 이야기, 꼭 하고싶은 이야기 있으시면 해주세요.
남다은: 예전 GV때 지나가듯 질문을 던졌는데 이상하다 생각했던 것은 가상세계와 친한 온아와 후경은 땅에 발을 딛는 사람처럼 보이고 경 같은 경우는 유령처럼 보여지거든요. 근데 땅을 밟는 느낌이 맘에 들었지만 두 여성들이 가장 영토를 벗어나는 것을 상상하잖아요, 그게 가장 불가능한 물질적 조건하에, 예컨대 서비스업 비정규직, 이걸 가능성으로 받아들여야 하나 단정 짓는게 좋은 방식은 아니지만 고민하게 되더라구요.
김소영: 저도 이만한 나이 아이가 있는데 가출도 하고 합니다. 들어오면 빚을 잔뜩 지어와요, 88만원 세대죠(웃음). 후경이 성매매를 한 게 맞아요, 그 다음에 외국인노동자와 살고 한건데 제가 사실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은 스타일이었어요. 창도 어린 왕자풍으로 옷을 입고 후경은 에스닉하게 입고 하는데 실제로 88만원 비정규적 세대에서 자기 스타일 꾸미는 친구들도 많이 있잖아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88만원 세대를 너무 가혹하게 그려서 <경>이 자긴 좋다. 그 생각이었어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88만원 세대를 가혹하게 따라가는 것도 의미는 있지만 그런 설정을 했습니다. 때 묻은 리얼리즘영화는 아니고, 온아도 과하게 메이크업을 했어요.
이상용: 영화를 보면서 일종의 <아바타>나 그런 식의 사랑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김소영: 맞아요. 말이 나온 김에 개봉을 해야 돼서 광고카피를 고민하고 있는 서울아트시네마의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디지털영화는 <아바타>만 있는게 아니라 <경>도 있다라고 짓는게 어떻냐고 하시더군요(웃음).
이상용: 진정한 리얼 아바타들의 사랑인가요(웃음). 알겠습니다.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끝으로 감독님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고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김소영: 끝까지 버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자발적 질문은 없었지만 좋았구요, 이게 디지털영화의 운명 같아요. 디지털이라는 게 여러 세대의 테크놀러지에 걸쳐있어서 살롱에서 쫓겨난 인상주의화가의 마음으로 찍었습니다. 4월 29일날 오셔서 공연도 보시고 영화도 보시길 바랍니다.
녹취: 양석중
정리: 강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