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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조금만 더 가까이]를 끝낸 김종관을 만나다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한창인 1월의 일요일 오후, '연인들'의 포스터에 나오는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김종관 감독을 만났다. 촬영 막바지라 그런지 사진에서 보던 모습보다 다소 야윈 모습이었지만, 그의 얼굴 가득 웃음을 짓는 모습은 영화 속의 소년 같았다. 그렇게 영화와 감독이 무척이나 닮아있는 김종관 감독과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강연하 (이하 강) : 어떻게 영화를 시작하게 됐나.

김종관 (이하 김) : 어릴 때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약간 중고등학교 때 막연한 공상을 그런 쪽으로 많이 했던 것 같다. 어릴 때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를 좋아했다. 중고등학교 때 좋아했던 것이 추리소설과 영화 보는 것이었다. 스필버그 사단의 영화들을 보면서 내가 만약 영화를 찍는다면 어떤 영화를 찍을지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영화적으로 공상을 많이 했다. 그런 게 막연하게 있다가 나중에 진로를 정할 때 작용했던 것 같다. 왜 영화여야만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강: 예전에 <소년>이란 영화를 준비한다고 들었다. 같은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찍고 있는 영화에 대한 간단한 시놉시스를 듣고 싶다.

김 : <소년>이란 영화와는 별개다. <조금만 더 가까이>란 제목의 영화이고, <은하해방전선>과 같이 KT&G에서 지원해주는 것과 비슷한 게 있다고 해서 전혀 다른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가 작업하게 됐다. 예산이 적어서 회차도 16~17회차에 끝내야하지만 그 예산 안에서 간단한 콘셉트로 해볼 수 있는 게 있지 있을까 해서였다. 처음엔 중경삼림과 같이 도시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두세 개 정도 얽히게 해서 공간은 한 공간으로 해서 단편들인데 결과적으로는 다섯 개의 에피소드로 되어있다. 다섯 개의 에피소드가 서로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내가 해오던 방식도 그런 것이고 이렇게 하면 작은 예산이더라도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강: 그런 약간 작은 단편들이 모여 있는 형태인가, 다섯 개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되는 건가?

김: 그렇다. <중경삼림>이나 <내 곁에 있어줘> 같은 걸 보면 분리되어 있는 이야기이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이다. 그런 연결코드들이 있다. 일단은 연애의 한 과정에 대한 것을 다섯 개 부분으로 나눴다. 다섯 커플이 나오고 가을을 배경으로 서울의 도시적 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으로 요조가 나온다. 음악적인 부분들도 나오고 에피소드들이 확실히 연결되는 게 아니라 느슨하게 연결된다.

강: 작품이 시나리오가 먼저가 아니라 외적인 규모를 먼저 잡고 들어간 것 같은데, 그 동안 해왔던 단편작업들과 큰 전환점은 없는 것 같다. 외적인 규모 이외에도 그러한 작업들을 계속 해나가는 이유는 뭔지 궁금하다.

김: 일단은 모아놓은 얘기들이 있었다. 단편작업들은 만드는 건 즐거운데, 보여 지는 것에서는 한계가 많다. 내가 써 놓은 이야기들을 한 편의 장편으로 취해서 장편으로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일단 장편을 배급하는 식으로 가는 것이고, 내게 큰 변화가 없어서 안전한 것 같다.

강: 그 동안 해왔던 작업들은 규모가 작고 많은 회차를 가지 않은 것들이 많다. <폴라로이드 작동법>,<운디드> 등 장소의 큰 이동이 없는데, 이번 영화는 어쨌든 한정된 공간이지만 회차나 공간이동들이 있었을 텐데 가장 크게 느끼는 단편촬영과 장편 촬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김: 종전에 하던 거랑 비슷한 부분도 있는데, 항상 현장 스탭들이 들어오는 것이 차이 인것 같다. 작년에 영화를 <바람의 노래>와 <조금만 더 가까이>를 찍었는데, <조금만 더 가까이>가 예산이 좀 더 많다는 거 말고는 둘 다 규모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어느 면에서는 중편영화가 40여분 동안 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거니까 일반적인 장편 찍는 것과 비슷하다.

강: 크레딧을 보면 거의 같은 촬영감독, 음악감독 분들과 작업을 했다. 혹시 이번에도 영화 찍을 때 같은 스탭들과 했나?

김: 그렇다.

강: 현장편집은 하나?

김: 가끔 할 때도 있는데, 이번에는 못했다. 에피소드별로 나눠져 있으니까 조금 불안한 것들만 했다.

강: 이번 장편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잘 된 부분이 있거나 혹은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 하는 게 있나.

김: 정해진 회차 안에서 스탭들이 잘 도와준 것 같다. 예산 대비해서 풍족하게 찍었다. 연출적으로 내가 신경 쓸 것만 있지, 연기자들이 잘 해줬다. 배우가 8명인데, 성격도 다 다르고, 배우들은 연기를 다 잘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한 성취가 크다. 재밌었다. 부족한 건 작업할 때마다 스스로 항상 느낀다. 영화적으로 아쉬운 건 끝도 없다. 어느 면으로는 배우들이 연기하는 건 시나리오를 썼을 때보다 잘 나온 것도 있고, 어떤 건 내가 더 고민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도 있다.

강: 첫 장편인데, 특정한 목표가 있었나.

김: 이번 작업이 상업영화이고 일반적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 거라면 내가 내적이든 외적이든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중간에서 다음 작업을 하는데 이어준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내가 작업을 해나갈 때 어떻게 운영을 해나가야 할지 등을 많이 배웠고 자기반성을 많이 했다.

 



 


강: 감독님을 얘기할 때 <폴라로이드 작동법>을 빼놓고 얘기를 할 수 없다. 그 작업을 할 때의 영화관이 있었는지, 그 때와 지금 변한 게 있다면?


김: 그때는 내가 찍기 전에 뭘 생각했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그 당시 영화에 대해 무겁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가족 얘기를 위트 있게 해보고 싶었다. 앞에 나온 사진이 부모님 사진이다. 가족 얘기를 해보고 싶은 것과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을 섞어서 해보고 싶었다. 그 당시 큰 욕심도 없었고, 그냥 찍어보고 싶었다. 아이디어가 재밌다고 생각했고, 찍을 땐 내가 너무 가벼운 얘기를 찍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근데 막상 찍어놓고 배운 게 많다. 찍을 때 연기자가 만들어 주는 그런 것에 신선한 것도 많이 느꼈고, 작은 얘기에 대한 매력도 많이 느꼈다. 전에도 큰 얘기를 한 건 아니지만.

강: 과거와 지금, 영화에 대한 생각이 변한 게 있나.

김: 어떤 부분은 비슷하고 어떤 부분은 다른데, 내가 영화 작업을 하는 게 어떻게 보면 전 영화에서 내가 고민해서 약간 부족한 부분, 재미를 느낀 부분들을 한 번 더 해보는 식으로 그렇게 이어가니까 전 작업하고 다음 작업이 크게 다르진 않다. 전 작업의 미진함 때문에 다음 작업을 하게 되고 여기서 피드백이 되고 해서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첫 작업과 마지막 작업 생각해보면 많이 바뀌긴 한 것 같다. 약간 그 사이에 학교 졸업하고 2002년에 <운디드>란 영화를 찍었으니 변화는 있을 것이다. 형식상에 없는 것은 작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 같다. 리스크를 줄여야하기 때문에 작게 작게 하는 게 습성이 되면서 그 안에서 재미를 찾은 것 같다.

강: 변한 게 있다면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김: 변한 게 있다면 내가 변해서 변한 게 아닐까.

강: 영화에 보면 기다린다는 제목도 있는 것처럼 기다리는 상황에 대한 형상화들이 있다. <헤이톰>도 그렇고 시사인 광고에도 기다리는 상황이 있다. 기다림이란 감정에 매혹을 느끼는 이유나 그런 감정들에 주목을 하게 되었나.

김: 기다리는 정서를 좋아하긴 한다. 그런 정서들에서 애틋함을 느끼는 것 같다.

강: 그러면 그러한 정서들이 장편에도 연결이 되나.

김: 고민하는 게 고만고만하니까 비슷한 것들이 있다. 사람들은 대개 이기적인데 기대고 싶어 하고 상처받고 아파하는 것들이 있다.

강: 4~5년 전에 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할 때 그 때 내가 자리에 있었다. 질문도 했다. 감독님 영화들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리워는 하는데, 적극적으로 그리움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저극적인 표현보다 수줍음 많은 사람이 그리움을 담아두고 있는 인물에 애정을 많이 느끼나.

김: 내 성향이 좀 그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표현을 못하거나 에둘러 하는 게 좋아 보였나보다. (웃음) 지금 찍는 영화는 말이 되게 많다. 한 에피소드 말고는 대개 온통 말이다. 그 에피소드는 그립다는 말도 막하는 데, 그걸 욕으로 하는 사람도 있다.

강: 어떻게 보면 작은 변화라고 할 수 있겠다.

김: 뭔가 변화를 논하기에는 내가 영화를 해온 시간이 짧다.(웃음)

강: 늘 연애라는 상황 안에서 얘기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다. 연애라는 게 외로움, 그리움 등 그런 것들을 얘기할 수 있는 소재이긴 한데 연애얘기를 하다 보니 그런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왔던 것인지, 아니면 감정들에 이끌려서 그걸 다 담아낼 수 있는 게 연애가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작업을 하나.

김: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연애에 애착을 갖는 건 아닌데, 단순한 얘기를 하려다 보니까 재밌고, 쉽게 해볼 수 있는 게 연애 같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이쪽으로 자신감이 생긴다기보다는 하나를 하다보면 곁가지들이 생기니까 이렇게 하게 된 것 같다.

강: 기승전결이 있는 이야기 구성보다 공기의 밀도가 높아지는 한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장편도 큰 순간순간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 큰 가?

김: 단편영화들은 이미지적이긴 하지만 그 이미지가 서사구조가 있는 것이고, 장편은 장편 나름대로 서사구조들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작업은 거기서 빗겨나가긴 했지만 그런 것에 대한 고민들은 한다. 앞으로 만들어 나갈 영화들은 그렇게 해야겠다. 애초의 취향이 이미지적으로 만드는 취향은 아니고 하다보니까 그렇게 된 거니까.

강: 단편 작업들 해온 걸 보면 어떤 대상에 대해 염세적으로 생각하거나 비판적으로 생각해서 비판의 에너지로 영화를 만들 수도 있고, 어떤 대상에 대한 애정이나 애착이 모여서 영화 작업을 꾸준히 해나 가기도 하는데, 감독님은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사라지는 것들, 수줍은 감정들 등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데 큰 힘이 된 것 같다. 장편에도 그런 것들이 감독님의 에너지가 되었나.

김: 항상 긍정적으로만은 못 본다. 내 기호에는 긍정적인 것들도 있고, 어떤 것에서는 좋게 보지 못하는 것들도 있는데 그 전에 해왔던 작업에서는 '수줍음'이란 감정이 주축이었다. 부끄럽고 창피해하는 감정들이 멀리서 보면 좋아 보일 때도 있다. 너무 지나친 연민은 경계해야하는 것 같다. 엉망진창이고 일그러져 있는데 그게 왜 그럴까 궁금하긴 하지 않나. 안다고 하더라도 그런 것들에 대해 관찰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강: 여성 인물들이 가지는 불안하고 떨리는 그런 표정들을 잡아내는 것에서 영화의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감독으로서 매혹되는 지점일 것 같은데, 여배우들의 얼굴을 잡아내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김: 여배우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웃음) 사람 얼굴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얼굴에서 그 사람의 연기력이 해서 보여 질 때도 있고 하지 않아도 보여 질 때도 있다. 그 사람은 감추려고 하지만 감춰지지 않은 것들에 대해 들여다보는 것이 재밌다.

강: 주인공이 여성인 것들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다. 멜랑콜리한 감정들을 표현하는데 여자가 잘 맞는 것 같다.

강: 장편영화는 주인공 8명에게 공평하게 분량이 배분되나?

김: 누구한테는 살짝 많기도 하고, 누구한테는 살짝 적기도 한데, 감정적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데서는 회차를 따지면 하루를 찍고도 주인공인 사람도 있는데, 영화를 보면 8명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강: 작업할 때 배우들과 대화를 자주 하는 편인가.


김: 때에 따라 다른 것 같기는 한데, 배우한테 뭔가 얘기를 많이 하고 배우가 연기적인 에너지를 뿜어줘야 좋을 때도 있고, 이미지화해서 좋을 때도 있고, 영화의 콘셉트마다 다른 것 같다. 배우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자주 작업하다보면 그런 것도 있는데, 처음 작업하는 사람들 같은 경우 첫 인상, 선입견으로 판단을 하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서는 얘기를 하고 감정적으로 깊은 내러티브를 가지고 연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는 만큼만 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

강: 감독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여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 같다. 연기에 대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감독이 선호하는 연기톤이 있어서 지도를 하는 건지 연기자들이 역량이 좋아서 표현됐던 것인가.

김: 이번에도 8명이 주인공인데, 배우마다 대하는 게 다 달랐다. 어떨 때는 정확한 억양, 등을 얘기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배우가 표현을 잘 하면 그냥 놔두기도 한다. 내가 써 놓은 대사들과 일체할 때도 있고, 때마다 방식은 다르다. 연기자를 대할 때 내 성격이 바뀌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어떨 때는 되게 적극적이고 어떨 때는 내가 아무것도 할 게 없을 때도 있다.

강: 어떤 감독님들은 배우 연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연기보다 촬영이나 배치나 시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감독님은 어떤가.

김: 나는 이미지적으로 파고드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배우가 연기하는 것도 있지만, 카메라도 연기를 해야 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조명에 대한 것, 분위기에 대한 것. 가령 연기자가 어떤 연기를 하는데, 클로즈업으로 잡으면 못하는 연긴데, 풀숏으로 뒷모습을 잡거나 했을 때는 느낌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연기자가 연기를 하면 그런 세팅들이 도와줘야 한다. 편집도 연출자가 어떻게 편집을 하고 카메라 워킹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배우의 연기가 달라 보이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이미지가 중요한 것 같다. 배우가 항상 비슷한 감정으로 연기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떠한 감정들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

 



 

강: 영화에서 봤을 때 전체적인 컷 수가 적지는 않는 편이다. 카메라가 놓여있는 위치는 선정되어 있는데, 인물들의 얼굴이나 연기적인 행동들을 잡는 바스트 숏을 가장 선호하는 것 같다. 이번 장편에서도 그런 느낌이 있나.

김: 크게 다른 걸 시도해본 건 없다. 크레인을 썼다는 것?(웃음) 내 영화에 크레인을 썼다는 건 큰 변화긴 한데, 크게 다른 건 없고 그냥 공간이 남산배경이고 가을에 대한 느낌이 들길 바랐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공간감을 우선으로 하는 앵글을 많이 썼다. 내가 찍어왔던 느낌과 다른지는 않다. 같은 방식을 똑같이 하는 건 나도 싫어하는데, 뭔가 제 스스로는 바꿨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그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고 말하기도 한다(웃음).

강: 매 작품이 다 같은 느낌이라는 인상을 받은 건 아닌데, 유난히 바스트 숏을 기억하는 것은 공간을 묘사하는 숏이 많기 보다는 인물에 집중해서 잡는 바스트 숏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배우의 연기나 숨기고 싶은데 드러나는 표정들을 잡기 위해 바스트 샷을 많이 쓴 것인가.

김: 여배우의 얼굴을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어서 (웃음). 어떨 때는 그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약간 어떤 감정에 놓여있을 때 그 배우의 얼굴이 스펙터클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재미를 좀 느끼는 것 같다.

강: 보통 편집한 걸 봐도 이유가 명확한 편집이나 문법적인 편집이 아니고, 감성적인 연결이 표현되는 것 같다. 그러한 선호도가 지금까지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인 건가.

김: 예전에 아카데믹한 철저한 콘티뉴이트를 하는 필름 영화시절에는 불가능한 감독이다. 그렇게 찍기도 하겠지만 디지털영화를 많이 찍었다. 거기서 장점이 되는 게 많은 마스터들을 잘 절제를 해야 한다. 배우에 대한 배려, 시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연기자를 한 방향성에서 그냥 찍으면 지치지 않는다. 좋은 연기를 잡을 수 있는데 내가 원하는 건 배우가 좋고 진짜 감정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다. 컷들이 액션영화 수준이다. 나도 점점 느끼는 게 샷 구성을 방만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마스터로 찍을 때는 이 사람이 이 부분의 연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연기자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가는 것들이 많고, 나중에 바뀔 수는 있는 건데 처음에 대강의 샷 계획은 있다. 편집할 때 세부 리듬이 생기는 경우들, 컷들의 방향성은 결정되어 있는데, 컷 포인트라는 게 편집 때 하는 것이지 않나. 거기서 담는 것들이 많다. 실제로 내가 하는 디지털 영화에서 가능한 것이다.

강: 영화들이 시나리오나 상영본이나 편집본이 많이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다양한 위치에서 많이 찍어놓고 편집과정에서 수정을 하는 게 아닐 까 생각했다. 장편은 어쨌든 한정된 예산에 단편처럼 하루 펼쳐놓고 찍을 수 없는 상황인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찍으면서 느꼈던 것도 방만하게 펼쳐놓고 찍을 수 없다는 걸 많이 느꼈나.

김: 그건 내가 영화의 시스템 안에서 해야 하는 것 같다. <낙원>이란 영화는 필름으로 찍었다. <운디드> 같은 작업은 콘티대로 진행했다. 확실한 콘티를 짜고 약간의 여유분을 두고 찍긴 하지만 히치콕처럼 찍진 않을 것 같다. <엄마 찾아 삼만리> 같은 경우도 콘티대로 갔다. 그렇게 진행할 때도 있는데, 최근에는 콘티 작업을 잘 안한다. 절충을 해서 찍는다. 영화의 콘셉트에 따라 바뀐다. 이번 영화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서 콘티대로 하지는 않았다. 밀도 있게 계획하지 않고 수시로 바꿔가면서 한다. 나름의 계획은 항상 있다. 어떨 때는 즉흥적으로 하기도 하고, 계획대로 하기도 한다. 독립영화하면서 배운 건 어느 상황에서나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정된 상황에서 콘티대로 해야만 하는 거면 콘티를 짰을 것이다.

강: 감독님의 스타일이 <낙원>이나 <메모리즈>가 다른 단편들과 달랐던 것 같다. <메모리즈> 같은 경우 거의 한 테이크처럼 보이게 찍었다. <메모리즈> 관련 자료가 다른 영화보다 없는 것 같다. <메모리즈>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다.

김: 그건 한국영상자료원에서 홍보용 단편을 찍어달라고 해서 아르바이트처럼 한 것이다. 영화에 대해서 생각을 해볼 때, 영화는 과거지향적인 게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옛날 영화들을 보면 재밌게 느껴지는 부분이 오픈 로케이션에서 거리에 사람들이 보인다. 이런 것들이 재미가 크다. 단편작업들을 몇 년 동안 해오면서 느끼는 것은 영화를 찍겠다고 하면, 카메라 하나 가지고 배우하고 나가가 하는 건데 이런 공간들이 세팅 없이 그냥 찍힌다. 내가 살던 외대 건널목이나 외대 학보사나 이런 것들이 남겨 있는 동네 풍경들이 영화에 남아 있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라져버린 기억들을 잡을 수 있는, 봉인해놓는 장치가 아닐까. 영화에 나오는 공간들이 현대적으로 겹쳐져 있는 것에서 아이템을 얻었다. 이렇게 하면 싸고, 재밌게 찍을 수 있겠구나했다.

강: <엄마 찾아 삼만리>나 <드라이버> 같은 경우는 남자주인공인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은 여자주인공이다. 여자주인공들이 소녀적인 말랑한 감정들인데, 남자주인공들은 그 나이 또래의 거친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번 장편 할 때도 남자주인공이 윤계상 씨라고 들었는데, 그 또래의 남자들을 담아내는 역할이었나?

김: 남자영화는 아니고 연애영화다. 근데 윤계상 씨가 나오는 부분은 말랑말랑하진 않다. 예쁜 내용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 나오기도 하지만. 뭔가 비릿하고 날 것 같은 감정들이 많긴 하다. 물론 연애영화 안에서지만 말이다. <엄마 찾아 삼만리>나 <드라이버> 좋아하시는 분은 내가 연애영화보다 그런 게 더 잘 어울린다고 말씀하고 재능에 맞다고도 하는데, 그런 쪽도 재밌다. 내가 오랫동안 준비했던 <소년>이란 영화도 하드보일드한 소재가 있다. 사실은 내가 좋아하는 게 약간 사람 간의 긴장감 같은 것들이다. 그 쪽으로 쓰고 싶은 부분이 많기도 하다.

 




강: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는데 <소년>은 어떻게 된 건가.


김: 엠케이픽쳐스에서 진행하던 건데, 진행하다가 상황도 안 좋고, 그 당시에 저예산으로 하면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신인감독이 저 예산으로 한다는 게 겁이 났다. 내가 뭔가를 좀 더 한 다음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만들어지면 괜찮지만, 겁나는 건 영화가 처음 생각했던 것도 얼마 지나면 늙은 아이템이 된다. 다른 좋은 영화가 나와 도둑맞는 기분이 들기 전에 얼른 얼른 지금 찍을 수 있는 영화를 찍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강: <올 가을의 트랜드>에서 어릴 때는 연애를 하고 섹스를 했는데, 어른이 되니까 섹스를 하고 연애를 하게 된다는 대사가 인상적이었다. 직접적으로 생각을 제시하는 게 <올 가을의 트랜드>에서 처음처럼 느껴졌는데 그 작업을 할 때 그런 걸 염두에 두고 한 건가.

김: 그것도 제작배경이 아르바이트였다. 포르투갈에서 옴니버스 영화한다고 해서 10분짜리를 해야 하는 데 일주일 안에 완성을 해서 보내달라고 했는데, 이틀 시나리오 쓰고 이틀 찌고, 이틀 편집해서 보냈는데, 내가 그런 걸 좀 잘한다(웃음). 얼마 전에 작고한 에릭 로메르 영화 좋아하는데 <파리의 랑데뷰>보면 공간들도 좋다. 그런 정취를 나타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대한늬우스’ 형태면 어떨까했다. 그럼 짧게 해서 재밌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 주제가 옛 것이 현대화되는 그런 거에 대한 것이었는데 빤하긴 하지만 북촌이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고 그 근처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서 그 공간에 대한 애착이 있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긍정도 아니고 부정도 아니고, 묘한 애착이 있다. 한옥들이 사라져가는 것은 아쉽긴 한데, 그런 게 카페가 되고 뭔가 세련된 공간이 되는 것에 대한 재미도 있다. 그런 얘기들을 해보고 싶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메모리즈>와 비슷한 발상이기도하다.

강: <올 가을의 트랜드>와 <조금만 더 가까이>에 연관된 공통점들이 있을 것 같다.

김: 말도 많고, 성적인 대화들도 많다.

강: 오랫동안 독립영화 시스템 안에서 작업을 많이 해왔고 상영도 독립영화제에서 많이 했는데, 초기 단편들 만들었을 때와 지금 작업할 때 독립영화 안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 것 같나.

김: 처음에 느낄 때보다는 영화제도 많아졌다. 그 전에는 몇몇 사람들이 하는 한정된 영화라고 했다면 지금은 그 폭이 넓어졌다.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인프라가 많아졌다. 그것도 마찬가지로 부정적으로만, 긍정적으로만 느껴지진 않는데, 좋은 것은 많이 다양해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좋아진 게 더 많은 것 같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손쉽게 할 수 있다. 누구나 해볼 수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강: 윤성호 감독님도 <은하해방전선>으로 첫 데뷔를 했고, 친하신 감독님들이 하나 둘 씩 장편을 찍어나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김: 꾸준하게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일단은 좋은 감정이 있다. 내가 이렇게 단편작업을 많이 하긴 하지만, 사람들과 유대가 깊은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거나 그렇지는 않은데, 마음속으로 응원하는 건 있다. 자기 색깔들이 영화적으로 발전되어 가는 것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멋있다는 생각도 든다. 장편을 했다고 하지만, 크게 변한 것도 없고 나도 뭔가 빨리 하고 성장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강: 이번에 작업하신 촬영감독, 조명감독 분들과 같이 작업하셨는데, 잘 맞는 부분이 있어서 작업을 하게 된 건가?

김: 서로 맞춰져 가니까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어느 때는 영화적인 색깔을 바꾸는 것에 있어 파트너도 바꾸고 해야 얻어지는 것도 있고 한데, 지금은 같이 해나가는 것에서 새로운 것을 찾고 있다. 여러 번 작업했다고 해서 서로가 다 아는 것이 아니니까. 새로운 면들을 발견해 나가고 파트너쉽이 있는 건 좋은 것 같다. 외롭지 않고.

강: 시네마테크에도 자주 오고, 고전영화에 대한 애착도 있는 것 같다. 작업에 레퍼런스가 된 고전영화가 있나.

김: <라탈랑트>를 좋아한다. 외로울 때 혼자 틀어놓고 보면 좋다.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기는 한데, <조금만 더 가까이>는 <파리의 랑데뷰>에서 힌트를 많이 얻었다. 결과적으로 다른 얘기지만. (웃음) 거기서 받은 인상이 이번 작업에 도움이 됐다.

강: <파리의 랑데뷰>도 세 가지의 이야기가 묶이고, <조금만 더 가까이>도 다섯개의 이야기가 묶이는 것에서 그런 것 같다. 에릭 로메르감독이 얼마 전 타계했다.

김: 감독님 영화에도 인생이라든지 영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힌트를 많이 얻었다. 돌아가실 때 돌아가신 건데, 늦게 시작하셨는데 젊은 영화도 많이 만드셨다. 젊은 영화를 찍고 많은 영화를 찍고 가셔서 그런 면에서 좋아했다.

강: <파리의 랑데부> 말고도 좋아하는 영화가 있나?

김: 다 좋아하는데 <몽소빵집>의 남자애 심리가 너무 재밌다. <모드집에서의 하룻밤>이나 <클레르의 무릎>등 다 좋아한다.

강: 로메르 감독님 영화도 여배우들이 다 예쁘고 매력적이다.

김: 사람들이 귀엽다. 그런 공간묘사도 너무 좋고.

강: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는 했지만, 첫 장편 촬영을 마치셨는데, 장편 촬영은 많은 감독들이 가지고 있는 꿈이기도 하다. 지금 장편 촬영을 마친 지금에 와서 감독님의 꿈이 있다면.

김: 최근 작업이 결과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내가 다음 작업을 하는데 좋은 트레이닝이 된 것 같다. 뭔가 당시에는 예산이 적기도 해서 연출자로서 스탭들한테 누가 되는 걸 요구하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나도 상처를 받고 그랬다. 내가 다음 작업을 이어가기 위한 좋은 트레이닝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작업은 상업영화가 될 수도 있고 모르는데, 사람들을 너무 힘들게 해서 이 규모로 하고 싶지는 않다. 좀 더 나아진 상태에서 예산도 있고, 내 개인적인 얘기를 솔직하게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 독립영화를 해도 되고, 상업영화를 해도 되고, 뭔가 배워나가면서 다음 과정을 해나갈 수 있는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느슨해지지 않게 바로 작업을 하고 싶다. 하나 해놓고 보니까 친숙감이 드는 것 보다는 내가 이번 작업을 통해 배운 것을 빨리 다음 작업에 풀고 싶다.

 

 

 


(편집자 주: 김종관 감독과의 인터뷰는 《네오이마주》 5호에 실린 내용의 전체 분량이다. 당시 국내 촬영을 모두 마친 김종관 감독은 몇 장면의 추가 촬영을 위해 네델란드 로테르담으로 떠났다.)

 

진행: 강연하

사진·정리: 박정애

 

2010.03.02
네오이마주(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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