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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in Movie [빨간 풍선](Le Voyage Du Ballon Rouge)

 

 

상상과 일상의 틈을 부유하는 한 줄기 희망


파리에서 중국 전통 인형극을 제작하고 목소리 연기를 하는 수잔은 일곱 살 시몽을 둔 이혼녀이다. 그녀가 현재 몰두하고 있는 인형극은 바다에 빠진 연인을 살리기 위해 바닷물을 끓이는 중국 선비의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다. 일에서는 확실하게 자리 잡은 수잔은 그러나 일상생활에서는 몇 달째 집세도 내지 않고 신경을 거스르는 세주자와 충돌하고 전 남편과 말다툼을 벌이는 등 끊임없는 고충을 겪는다. 한편 잡힐 듯 잡히지 않고 파리 시내를 떠다니는 빨간 풍선이 유일한 친구인 시몽은 영화를 전공하는 중국 유학생 송팡을 베이비시터로 맞이한다.

<빨간 풍선>은 오르세 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대만의 거장 허우 샤오시엔에게 의뢰해 제작된 영화이다. 그러나 미술관 경관과 미술품으로 도배된 영화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영화 속에서 오르세 미술관은 고작 엔딩 신 몇 분에 등장하는데 그친다. 대신 허우 샤오시엔의 카메라에 잡히는 것은 무심한 파리 시내와 고단한 파리지앵의 일상, 그리고 드물게 등장하는 빨간 풍선이다.

영화의 오프닝은 외로운 일곱 살 소년 시몽이 나무에 걸린 빨간 풍선을 향해 지상으로 내려와 자신과 함께할 것을 애처로이 부탁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영화 내내 지상으로의 종착을 거절하는 빨간 풍선은 여러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빨간 풍선은 영화적 상상력에 생명력을 의존하는 허구일 수도, 고단한 일상에 잠깐 내리쬐는 달콤한 행복일 수도 있다. 기능적으로는 영화 전반을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만원경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영화 장면에 빨간 풍선이 등장하면 관객은 세트에 깊숙이 몰입된 카메라에서 잠시 눈을 떼고 제3의 눈으로 상황을 다시금 조망할 수 있게 된다. 빨간 풍선은 위태로운 수잔과 시몽의 삶을 부드러운 위로의 어조로 바라보다가 이내 이 시각을 파리 시내 전체와 파리지앵을 향한 것으로 확대한다. 궁극적으로 빨간 풍선은 피로한 하루의 어둠이 내린 후 찾아오는 희망의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동서양(파리와 중국)과 시대(시몽과 수잔)을 뛰어넘는 초월적 힘이 담겨있다.

허우 샤오시엔은 알베르 라모리스의 단편 <빨간 풍선>(1956)을 보고 영화의 큰 틀을 잡았다고 한다. 라모리스의 영화에 등장하는 소년은 빨간 풍선으로 사랑의 기쁨과 현실의 제약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예술가라면 이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다가 현실의 덫에 빠져 절망하기를 반복하기 마련. 마찬가지로 빨간 풍선은 상상의 세계와 오늘보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아티스트들에게 현실의 발전 가능성을 상징하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다.

 

2010.03.01
조숙현(editor)
퍼블릭아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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