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18일 오후 2시, 참여연대에서 '불공정한 독립영화전용관 선정에 반대하는 독립영화감독 100인 기자회견'이 있었다. 조금 늦었다 싶은 시각에 집을 나섰기 때문에 부리나케 참여연대로 달려갔는데 참여연대로 달려가는 와중에 트위터를 살짝 열어보니 여기저기서 오늘 기자회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아 괜시리 마음이 가빠왔다.
뒤늦게 기자회견장에 도착하니 양익준 감독의 발언이 진행 중이었다. 양익준 감독은 "현재의 영진위 상황이 우라사와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과 '신데렐라'를 연상케한다면서 영진위의 불공정한 처사는 결국 문화적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는 말을 건넸다. 신동일 감독은 "<반두비>에 대한 영등위의 판단과 현재 수 많은 공모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영진위의 판단이 결국 같은 태도"라는 말을 하면서, "이는 전문성이 결여된 집단이 미디액트와 독립영화관에 이어 서울아트시네마까지 억압하려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영화인 발언에 참석한 감독은 <계몽영화>의 박동훈 감독, <반두비>의 신동일 감독,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양해훈 감독,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 <무림일검의 사생활>의 장형윤 감독, <계속된다>의 주현숙 감독이었다. 기자회견장 뒷쪽에는 위 감독들의 발언을 지켜보고 있는 윤성호 감독, 이송희일 감독, 김곡 감독 등, 수 많은 독립영화인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감독들을 포함해 독립영화전용관 선정에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한 감독은 총 155명이다.
십 수 명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영진위의 부당한 공모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이날 마련된 자리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 씨네마루에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독립영화전용관 씨네마루는 미로스페이스에 전용관 운영 시작부터 배급사 위드시네마와 연계를 펼치며 독립영화전용관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책정하며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독립영화감독들은 불투명한 공모제로 선정된 독립영화전용관 씨네마루에 창작물을 상영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기자회견을 통해 전달한 셈이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독립영화인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도 오랜 숙원 중 하나였다. 윤성호 감독은 작년 인디스페이스에서의 마지막 인디포럼 월례비행에서 "조그마한 원룸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2년만에 기약없이 빠지니 아쉽다"는 말을 관객들에게 건넸다. 그렇게 인디스페이스의 간판이 내려오고 난 후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에 당선된 운영자들은 정작 독립영화에 관해 일련의 애정조차 가지고 있지 않아 보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독립영화 감독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어선은 해당 상영관에 영화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영화는 결국 극장을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고 제작된 영화를 극장에 올려야 진정한 상영이 이뤄진다는 것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알고 있는 영화감독들이 스스로 상영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정말 이례적인 상황이다.
영화를 상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영화감독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 한 켠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휴관한 이후 독립영화를 극장에서 만나기가 참 어려워졌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관객으로서 감독들의 단호한 결의를 보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었다. 인디스페이스의 마지막 상영날 나눠주었던 인디스페이스의 트레이트마크 오뚜기 마스코트, 괜스레 그 마스코트를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게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