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편집장의 변론 혹은 변명

 



어떻게 한 주가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시네마테크공모제와 관련한 글을 뽑아내느라 영화 한 편 제대로 볼 수 없었을 정도로 숨 가쁘게 움직였다. 당초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 기간 동안은 편집후기를 올리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럼에도 일련의 시네마테크 관련 글로 도배된 메인화면을 보면서, 네오이마주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여기는 독자도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혹자는 네오이마주가 시네마테크의 홍보지가 된 게 아니냐는 농담을 던질 런지도 모르겠다. 편집장으로서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이 정도의 응원과 지원사격도 못 해주면서 어찌 ‘지난 영화를 다시 꺼내어 재발견·재평가함으로써 영화비평의 새로운 지평을 열’ 웹진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알다시피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공모결과로 인해 영화계 안팎이 시끄럽다. 영진위원장이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의혹만 키워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 한국독립영화협회를 비롯한 독립영화진영의 항의가 거세지자, 보수매체들은 이 사태를 ‘친노·좌파 영화인들의 반란’으로 몰고 가고 있으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영화계 내부의 밥그릇 싸움’으로 호도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시네마테크공모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이다. 당초 2월 3일 공모요강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어쩐 일인지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태다.

일찌감치 영화감독을 주축으로 하는 시네마테크전용관 건립추진위원회가 설립되었고, 이와는 별도로 관객 스스로가 시네마테크 살리기 모금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그런데도 이런 내용을 제대로 비중 있게 다루는 매체는 거의 없다. 어쩌다 기사화되더라도 본질은 관심 밖이고 받아쓰기에 급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ㅡ영화계 문제를 제대로 짚어내는 곳은 ‘프레시안무비’가 거의 유일하다ㅡ하긴 매체 입장에선 전 국민의 관심사도 아닌 ‘독립영화’나 고전영화를 틀어주는 ‘시네마테크’ 문제보다야, 여배우의 노출 또는 Girl Group 멤버의 졸업사진이나 성형고백이 더 중요하고 대중에게 먹힌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 때문에 네오이마주라도 나서서 이 문제를 짚어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엄격히 말해서 네오이마주는 매체가 아니다. 그동안 시의성 있는 기사와는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었을 뿐더러, 오히려 철지난 영화를 이야기하는 비평웹진의 역할에 만족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오프라인 발행을 기점으로 매체의 성격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이고 집요하며 깊이 있게 일련의 사태를 다루기엔 우리만큼 좋은 여건을 지닌 곳도 드물지 않나? 비록 남들은 영화를 산업과 오락으로 치부하더라도, 우리는 문화예술로서의 영화를 꿈꿔오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찌라시 연예부기자가 만들어낸 천박한 기사들 틈바구니에서 시네마테크 문제가 업둥이 취급을 받기 전에, 문제의 본질이 더 훼손되기 전에 우리가 앞장서야 한다고 믿었다.

 

독일의 최대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창간인이자 저널리즘의 전설, 루돌프 아우크슈타인 Rudolf Augstein 은 자신의 역할 즉, 슈피겔의 역할은 「단지 불행을 예언하는 카산드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 보았다. 같은 맥락으로 저널리스트는 또는 기자는 혹은 비평가는, 지금처럼 우울한 시기에 자신의 역할을 올바로 파악했다면 선험적으로 항상 경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경고할 뿐만 아니라 함께 활동하고 일정 부분 본보기가 됨으로써 사건의 진행과정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해야 마땅할 것이다.

'시네마테크 문제'를 영진위의 역할과 수많은 지원 사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당장 눈앞에 드러나지 않을 뿐) 제 식구 감싸고 끌어안기의 결과로 빚어진 지원사업의 파행이 회를 거듭하고 난맥상이 가중될수록, 그 부담은 어떤 식으로든 고스란히 관객이 떠안게 되어 있다. 영진위의 정책적 오류는 일련의 개별영화를 통해 최종소비자인 관객의 몫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바라건대 독자여러분만이라도 네오이마주가 시네마테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것을, 단지 특정 극장과 공간을 위함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심각하게 여겨주시라. 극장을 찾아가 영화를 보고 후원까지 동참한다면 더 없는 큰 힘이 되겠지만, 먼발치서나마 응원의 기도를 보내주어도 고마울 일이다. 무엇보다 긍정적 믿음을 가지시길. 그러니 시네마테크 관련 글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 분위기라 지레짐작 마시고, 개봉영화 많이 보시고 좋은 글도 보내주시길 바란다. 아울러 제 아무리 바빠도 오프라인 5호는 예정대로 2월 25일에 발행될 것임을 알려드린다.

 

2010.02.03
백건영(영화평론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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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2)
  • 조성호
  • 2010-02-05 00:16:27

진짜 2010년은 시네마테크를 위해 움직여야 하는 해가 될것같아요

제 개인적으로 말이에요.

글 잘 읽었습니다.

  • 백건영
  • 2010-02-08 23:43:37

감사합니다. 고생하는 분들이 많으니 좋은 결과를 얻어야 할 텐데 걱정이 큽니다. 지지해주는 작은 정성이 모여 반드시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