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토크

당신들의 최선은 정말 3D 입니까?

 

 

1월 29일, 영화진흥위원회의 공모제에 반하는 두 개의 기자회견



지금으로부터 15일 전 ‘2010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의 개막식 날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조희문 위원장은 단상에 서서 관객을 향해 "이 자리에 모인 관객들과 영화인들이 참으로 신기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바타>와 같은 3D영화들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으며 DVD로도 충분히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고 말하며 시네마테크에 모인 친구들을 걱정했다.

 

영진위는 지난 1월 13일 오후 2010년 업무계획 보고를 통해 3D영화의 진흥 사업을 대폭 늘리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영진위의 위원장 조희문이 3D영화의 진흥사업을 위해 투자하고자 하는 금액은 최종 40억 원 정도의 규모로, 그는 이 자리에서 오는 2014년까지 3D 기술 인력 7천 명 정도를 양성하고자 하는 뜻도 밝혔다. 심지어 영진위는 2010년 연구과제의 일환으로 '3D영화 <아바타> 제작 심층 사례 분석'을 1차 후보에 올려 제안서를 모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진위가 <아바타>, 즉 3D산업에 그토록 목메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아바타>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끌어 모으는 돈의 액수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고, 그는 그걸 '국가의 경쟁력'과 '문화 선동력'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아바타>와 같은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었을 때 그 영화가 가져다 줄 수 있는 부와 명예를 영화의 현실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정작 많은 영화인들이 십 수 년째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제안하고 있는 서울의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애초에 다양성영화관을 적극 지지하겠다던 영진위의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오로지 3D만이 남았다.

2010년 새해 첫 달의 마지막 주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많은 사람들을 괴롭혀왔던 영진위의 공모제 중 일부가 최종 확정된 것이 월요일(1월 25일)이었고, 이것은 미디액트와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공모제 자체가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어쨌거나 미디액트와 인디스페이스는 영진위의 공모제에 꾸준하게 대비했었고 두 단체가 첫 발을 내디딜 때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옥토를 일궈오던 단체, 혹은 다시 그들의 것으로 되돌아가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결과는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영진위는 올해 1월 6일에야 설립인가를 받고 이제야 사무직과 임시직의 채용공고를 내는 시민영상문회기구가 미디액트를,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가 인디스페이스를 인수한다는 공고를 띄웠다. 어이없는 공지를 보자마자 격분한 미디액트 회원들은, 26일을 기점으로 시민기자회견과 청원서, 탄원서를 준비했다. 미국의 미디액트 팬, 대만의 미디액트 팬들은 서둘러 청원사이트와 미디액트/독립영화전용관 살리기 페이스북을 만들었고, 청원 사이트에는 현재 약 400명 정도의 인원이 서명했다.

 

 



영진위의 터무니없는 공모결과와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의 안일한 대처에 반하는 미디액트의 회원들, 시민들과 영화인들의 기자회견이 1월 29일 금요일 11시 30분과 2시에 각각 문광부 앞과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열렸다. 미디액트 스탭들과 회원들은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리고 메일을 띄우며 이날 있을 기자회견을 홍보했고, 그 결과 많은 시민과 회원들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하루 전날인 28일, 미디액트측은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철회를 요구하는 1줄 기자회견문을 작성해 줄 것을 회원들, 시민들에게 부탁했고 불과 하루 만에 100개가 넘는 기자회견문들이 도착했다.

영진위의 납득할 수 없는 공모심사 결정과 공모제 자체에 반대하며, 심사 과정 및 선정기구에 대한 정보 공개와 결정 철회를 요구합니다. _ 독립극영화제작과정 수강생, 정화

영진위는 공모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미디액트가 공모에서 탈락한 이유를 설명하라._ 독립극영화제작과정 수강생, 평주

 

 



오전 11시 30분에 열린 미디액트 시민기자회견은 문광부 앞에서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전날 모인 100개의 1줄 기자회견문들을 낭독하는 순서를 가지며 자유발언을 포함, ‘심사를 발로 했어요’ 퍼포먼스와 함께 자리에 모인 시민들은 모두 열심히 구호를 외쳤다. 찬바람이 계속해서 불어왔지만 자리에 모인 미디액트 회원들과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피켓을 들며 결의를 다졌다. 수많은 회원들이 주축이 되어 열렸던 기자회견은 영진위와 문광부가 불투명하게 시행했던 공모제 자체에 대한 반대 투쟁이었고,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은 만일 그것이 공정한 심사과정이었다면 모든 회의록과 납득할 수 있는 청문회 등 심사 당시의 기록들을 공개하기를 원했다.

문광부 앞 미디액트의 시민기자회견이 끝남과 동시에 공모제 사태를 걱정하고 우려하는 영화인들의 기자회견이 오후 2시,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열렸다. 문광부 앞에서 집회를 가졌던 대다수는 간단히 점심을 먹고 이 자리에 참석했으며, 수많은 기자들과 영화인들도 함께 참석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다소 침착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긴급 영화인 기자회견의 기자회견에 참여하는 영화인 발제자들은 고영재 <워낭소리> 제작자, 김곡 감독, 김동원감독,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윤성호 감독, 이송희일 감독, 임순례 감독, 임창재 감독, 홍형숙 감독 등 9명이었다.

윤성호 감독은 공공의 미디어로서 영화를 만나고 영화를 창작하게 만들어주었던 기관들의 정상적인 기운들을 완전하게 무시한 채 정권 인사에 의해 자리를 잡은 사람들의 기준으로 미디액트와 시네마테크와 독립영화전용관의 운영 주체를 움직이는 것은 올바른 결정이 아니라 말했다. 미디액트외 시네마테크, 독립영화전용관이 있음으로 해서 공공의 영토를 확장해나가던 것을 수거해가는 논리는 재개발의 논리와 같은 것이며 시민을 몰개성한 숫자로 판단하는 경우라 생각된다며 말을 건넸다. 이에 이어 임창재 감독은 일제 식민지 시대에 강탈당하는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하며 우려를 표했고, 임순례 감독은 창립 때부터 운영위원이었고 작년에 운영직에서 내려왔지만 수많은 위원직을 맡고 있는 단체들 중 미디액트와 같이 할 일이 없는 단체, 찰진 운영을 보이던 단체는 없었다, 이런 단체를 정권이 바뀜에 따라 엎어놓아야 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심정을 토로했다.

김동원 감독: 심사과정 자체가 궁금해서 미칠 지경입니다. 심사평을 봤지만 심사평은 고작 7~8줄 정도 되는 것이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어요.  「미디액트에 새로 선정된 단체가 3D 카메라를 준비할 계획이라 좋다. 새로 공모된 독립영화전용관에서는 일본과 프랑스 등 여러 나라들의 독립영화를 상영할 계획이라서 뿌듯하다.」  이런 수준이었습니다. 나도 이제 조용히 살고 싶은 나이인데 자꾸만 그렇지 않게 만들어서 서글프기도 하네요.


기자회견에 발제자로 참석한 감독들의 이야기가 끝난 후,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회를 보았던 고영재 제작자는 마무리 발언을 하는 도중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아주 조그마한 공간, 화장실 옆 창고 공간에서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이러한 사업을 일구어 왔고, 많은 지역사람들을 만나고 수많은 이야기들을 공유하며 <우리 학교>라는 영화 또한 만들어졌고 공동체 상영을 하며 엄청난 성과를 가지게 된 것이다. 고영재 제작자는 미디액트에서 일하며 수많은 개념들에 갇혀 지내던 사람이 이런 공간들, 상영들을 통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사람들을 만난 것이 정말 소중한 것이었고 이런 움직임 또한 지속적으로 이어져나가야만 한다고 말하며, 영진위가 말하는 ‘퍼블릭 엑세스’에 관한 의문을 제기했다.

미디액트와 독립영화전용관의 공모 사태에 큰 타격을 받게 될, 소위 말해 ‘그들의 다음 타겟’은 시네마테크다. 영진위로부터 지정위탁 사업을 하고 있는 시네마테크는 공모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1년을 버텨왔고 이제 2010년 2월, 영진위의 공모발표를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설마설마하던 일이 현실화되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한 관객들은 1월 29일 저녁부터 자체적인 운동을 벌여 ‘시네마테크는 관객이 공모한다!’는 슬로건을 걸고 시네마테크 임대 재계약을 위한 모금운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의, 당신들의 최선은 정말 3D인가? 그것이 모든 영화의 역사를 부정하고 모든 영화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인가? <아바타>는 블록버스터의 미래가 될 수 있을지언정 영화의 미래는 될 수 없다. <아바타>가 갈아 치우는 흥행기록들 그리고 억대의 제작비와 억대의 수입에 열광해 ‘미래의 영화는 3D’라 말하는 것은 알맹이 없는 기술결정주의를 마치 성스러운 신탁인양 맹신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많은 사람들은 말한다. 이제는 DVD의 시대, 블루레이의 시대가 도래 했다고, 영화시장을 확장시키고 문화국으로서의 앞날을 도모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고. 심지어 영화 현장에서 일하고 영화를 배우고 있는 영화과 학생들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마치 뜨거운 감자라도 되는 듯 당당하게 추켜세우고 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당신에게 주어졌던 영화의 역사는 종말을 맞는 것과 다름없다. <워낭소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앞으로 이런 독립영화들이 영화시장에서 멋지게 활개를 쳤으면 한다던 ‘아름다운 제국’의 수장은 어디로 갔는가? 영진위의 공모제 사태와 시네마테크의 존속문제는 결코 이념싸움이 아니다. 그들은 지금 십 수 년을 토대로 발전해왔던 독립영화와 다양성영화들을 완전하게 부정하려 애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지독한 영화근본주의자여서 이런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영화 자체가 아무리 정치의 매체에 기인한다고 해도 적어도 영화관만큼은, 시네마테크만큼은 아무리 거센 정치물결에도 흔들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엔 생각이 바뀌었다. 차라리 올해 여름에 있을 시장 선거가 임박하기 전에 서울시든 어디든 공략으로 시네마테크를 걸고넘어지고, 이로 인해 죽이든 밥이든 시네마테크와 독립영화전용관, 그리고 미디액트 등 퍼블릭 엑세스를 주도하는 단체들이 정치싸움으로 인해 안정적인 전용관, 안정적인 운영을 보장받았으면 좋겠다. 안일하고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지금 심정으로는 그렇게라도 우리의 보금자리를 지속적으로 꾸려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다.

 

2010.01.29
강민영(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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