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한해 영화계를 사자성어로 정의하라면 ‘새옹지마’ 또는 ‘호사다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이 그랬다. <워낭소리>의 뜻하지 않은 흥행대박으로 독립영화가 날개를 펼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내부 사정은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는 것. 즉 독립영화전용관 공모제 시행과 1년 내내 이어진 협회 감사로 독립영화 진영은 끝없는 몸살을 앓았다. 또 CJ가 작심하고 기획 마케팅을 펼친 끝에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시킨 <해운대>는 동영상유출 파동으로 홍역을 치렀으며, 임기 내내 강한섭 위원장의 퇴진을 부르짖던 영화진흥위원회 노조는 보다 강성 우파로 분류되는 조희문을 신임위원장으로 맞았으니 말이다. 외에도 호사다마의 예를 들자면 끝도 없을 터.
2009년은 영화계의 큰 별들이 진 한 해이기도 했다. 1월에는 하이틴 영화의 대명사 문여송 감독이 타계했고, 5월에는 충무로의 대표적 여성제작자인 영화사 ‘아침’의 정승혜 대표가 유명을 달리했으며, 6월에는 거장 유현목 감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지난 9월 1일에는 배우 장진영이 서른일곱 생을 마감해 그를 아끼는 팬과 영화인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한편 《프리미어》와 《필름2.0》 등 영화전문지의 잇단 폐간소식은 연초부터 업계 종사들을 힘 빠지게 만들었다. 너무 쉽사리 접할 수 있었기에 고마움을 몰랐던 존재들이 하나 둘씩 떠나 가는 순간에 우리는 무엇을 했던 것일까. 《카이에 뒤 시네마》가 누벨바그를 이끌면서 비평과 담론의 영역을 무한 확장시켰듯이, 1995년 이래로 탄생한 이 땅의 영화전문지들 나름의 역할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영화와 작가들이, 그것들에 대한 올곧은 평가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올 한 해만도 무려 320편의 영화가 새로이 개봉되어 관객과 만났고, 새해에도 전년에 못지않은 영화가 상영될 터인데, 이 많은 영화와 감독들 틈바구니에서 누가 옥석을 가릴 것이며 우리시대의 영화와 삶과 인생을 누가 어느 공간을 빌려 이야기할 것인가. 진실로 영화전문지들의 폐간이 애통한 것은 이런 까닭이다. 한때 “잡지가 너무 많지 않느냐”고 투덜거리기도 했고, 편차를 논하면서 쉽게 쏟아낸 말도 적지 않기에 미안하고 송구하다. 그렇게 흘려버린 말들을 주워 담기에는 너무 늦어버렸다.
새해 한국영화계를 예측하라면, 그다지 희망적이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일단, 2009년과는 달리 새로운 소재의 영화들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인데ㅡ너무 좋아하진 마시라ㅡ그러니까 오락 장르영화가 주를 이룬 가운데, 2008년 하반기부터 징후를 보인, 분단, 전쟁, 애국, 심지어 반공의 기치를 세운 영화들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올 태세이니 기대하시라(?) 한편, 독립영화는 약세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언제 독립영화인들이 배부르고 등 따시게 산 적 있었나. 시스템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으로 힘낼 것이로되, 분기탱천에 휘둘려 스스로 덫에 걸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고 보니 ‘시네마테크 공모제’도 수면 위로 부상할 날이 머지않았다.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한 번 힘을 한데 모을 때다. 청기와에 사는 누구 말대로ㅡ이건 비밀인데, 나도 청기와(예식장) 언저리에 산다.ㅡ‘취직이 안 되면 기술 배울 시간에 서울아트시네마로 향할 일이다!’
네오이마주도 새해에 변하는 것이 있으니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게 됐다. 박영석 씨와 이도훈 씨가 주인공인데, 1월 1일부터 새로이 스태프로 합류하여 풍성하면서 날카로운 글을 선보일 것이다. 2월에 발행예정인 오프라인 5호 부터는 판형을 줄이는 대신 24면으로 증면을 감행한다. 또한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오프라인을 독자 곁으로 보낼 계획도 있다.
한 해를 돌아보면 생각이 많아지기 마련이지만, 지난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새해를 준비하자. 더 많은 좋은 영화들과 만나고 수준 높은 글들의 향연이 펼쳐지길 고대한다. 네오이마주도 변함없이 독자들과 영화인들 곁에서 힘을 보탤 것이다.
한 해 동안 아낌없이 사랑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리며, 경인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추신) 2009년 마지막 호인 네오이마주 오프라인판 4호는 12월 31일 발행된다. 이번 호에는 김현기, 빈장원 두 독자의 리뷰를 실었다는 점도 알려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