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토크

2009 서울독립영화제 정재훈 감독 인터뷰



강민영(이하 강): 일단은 조금 상투적이지만 꼭 듣고 싶었던 것, <호수길>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정재훈(이하 정): <호수길>을 계획하던 당시에는 일도 없었고 학교도 열심히 안 다니고 했던 시절이다. 사실은 집 밖에서 앉아있는 걸 굉장히 좋아한다. 담배 피면서 일광욕도 하고 구경도 하고 그런 것들. 그 동네에 백련사라는 절이 있어서 백련산이라고 뒤에 산이 있는데, 가끔 주민들은 백련산을 오르기 위해 등산복차림으로도 많이 올라오곤 한다. 근데 앉아있다 보면 동네 주민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보인다. 어느 날 보니까 양복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낯선 사람이 동네를 헌팅하듯 기웃 거리는 걸 봤는데 이상하다고 느꼈다. 알아보니까 그게 재개발 들어가기 전 조사를 하는 단계더라. 그때부터 동네에 현수막도 걸리기 시작하고 조합도 설립되고 했다. 재개발을 추진한다는 걸 알게 되고나서 뭔가 끝장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만들게 되었다.


강: 처음에 낯선 사람들 발견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그게 촬영 들어가기 시작한 2006년부터였나?


정: 그때는 아니었고 그 이전이다. 촬영시작은 2006년부터 했지만 외부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한건 훨씬 전이었다.


강: 응암동에 꽤 오랫동안 사셨던 것 같다.


정: 중3인가 고1인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2001년, 2000년 그때쯤부터 살았으니 꽤 오래 살았던 편이다. 그 전에는 그 동네 바로 밑에 살았었고.


강: 전체 촬영시간이 궁금하다. 편집 들어가기 바로 직전까지 실 촬영분량이 어느 정도였나?


정: DV테잎만 만 40개정도였다. 시간으로 따지면 2400분정도? 2400분이긴 한데 쓸 만 한 건 그리 많지 않았다.


박정애(이하 박): 그래도 편집단계가 힘든 건, 그 많은 촬영 분을 모두 점검하고 한 번씩 다시보기 해야 하기 때문이지 않나.


정: 편집단계에서 딱히 힘든 건 없었다. 빨리 돌리기 해서 보기도 하고. 워낙 원하는 씬을 확실하게 정해놓고 있었고 또 만들면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느낌이 명확한 것들이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40개 테잎 중 열 개정도의 테잎은 2006년에서 2007년 사이에 찍은 것이고, 나머지 분량이 2007년 이후인 2008년 8~9월부터 11월까지 찍은 것이다. 뒷부분 촬영분량이 많긴 한데 영화상에선 짧다.


박: <호수길>이 올해 시네마디지털서울에서 처음 상영되었다. <호수길>이 첫 장편이고 시네마디지털서울이 첫 영화제였는데 소감이 어떠셨는지 궁금하다.


정: <호수길>은 가볍게 공개하고 끝낼 생각이었는데, 이게 일파만파로 번져나가서 하하. 약간 좋기도 하고, 어쨌든 고생해서 만든 건데 잘 봐주시는 건 좋은 것 같다. 물론 어떤 분은 못 봐주겠다, 싫다고도 하지만. 시네마디지털서울을 통해 영화 친구를 만든 것 같기도 하다. <펜스>를 만든 후지와라 도시 감독도 좋았고, 영화친구로 생각한 분은 리우 지아인이라고, <옥스하이드 2>만든 감독인데, 중국에 왠지 내 친구가 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강: <호수길>의 촬영은 서울영상위원회의 로케이션 지원신청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하셨는데, 혹시 외압 같은 것으로 인해 촬영이 중단되거나 있던 적이 있었나.


정: 외압이라기보다 몇 몇 깡패들의 방해 같은 것들이 있었는데 큰 피해는 없었고, 내가 워낙 고집도 세서 그냥 밀고 나갔다. 최대한 얼굴을 안 들키려고 하기도 했고.


강: 후반부에 포크레인이 길게 나오는 신이 있다. 그 신에서 몇몇 인부를 가까이 두고 패닝을 두 번하는데, 카메라가 인부와 상당히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부가 별로 신경을 안쓰더라. 포크레인이 밖에서 건물을 부수는 것을 바로 안에서 찍은 신도 있고. 그런 상황이 진행되기까지 무언가 외부의 방해, 혹은 어려웠던 점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정: 몸을 많이 사려서. 카메라도 배낭에 가져가고 최대한 내 모습을 숨기고 숨기고 그러면서 찍었다.


강: 처음에 <호수길>을 보면서 그런 공사 장면들을 잡을 때 불쑥 인부들이 나타나면서 제지하거나 카메라를 치우거나 하는 부분들에 관한 편집 흔적이 보일 거라 생각했다. 생각보다 그런게 없더라.


정: 물론 다 뺀 거지. 많지는 않았는데, 처음 찍을 때는 인부들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동네지리를 잘 알고 구조를 잘 아니까 어디서 숨어서 찍으면 안 들키겠다 이런걸 알아서 그때 그렇게 찍었는데, 그 촬영분이 너무 안 좋고 쓸 수 없을 정도여서 그냥 대놓고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로케이션 지원신청을 하게 된 거다.

 


 

강: 평소에 밖에 앉아있는 시간을 많이 가진다고 하셨다. <호수길>에 보면 아이들과 어머니 둘, 그리고 할머니 한 분이 끝에서 천천히 걸어와 카메라를 지나치는 씬이 있는데, 그 장면 속의 아이들은 카메라를 보면서도 신기하다는 기색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그 아이들의 어머니들도 마치 촬영하고 있는데 방해하지 말아라, 이런 뉘앙스로 말을 하지 않나. 놀이터장면에서도 아이들이 카메라를 인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뛰논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기간이 어느 정도 필요했을텐데.


정: 일단 촬영 전에 충분히 얼굴을 익혔고, 동네 주민이란 걸 밝히면 어떤 사람은 측량하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주민과 나의 경계가 영화 속에 드러나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문제는 아니었다. 청기와 집 아들이라고 하면 다 안다(웃음). 저 청기와 집, 아 그 집, 이런 식으로 다 알더라.


강: 서대문구에 북아현동이라고 재개발 인가가 떨어진 곳이 하나 있는데, 그 북아현동에 내가 다니는 학교가 있다. 때문에 2009년 1년간 북아현동 혹은 북아현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나는 프로젝트와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어쨌든 참여하게 되었고 만들고자 하는 영상물을 위해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북아현의 소수를 촬영했다. 그런데 촬영할 때 노인분들이 되게 싫어하시더라. 설명을 다 드리고 건진 장면들이 몇 개 있는데, 그때 그 영상작업을 진행하면서 <호수길>이 생각났다. 그런 힘든 점이 있었을 것 같더라.


정: 공사현장, 혹은 폐허가 되어버린 동네 터에 패션잡지 사진 찍으러 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폐허를 배경으로 차려입고 찍는 사진들 있잖나, 화보 같은 것. 그런 종류의 사진들을 싫어하는데, 내가 촬영할 때 그곳에 그런 사진을 찍으러 왔던 무리가 있었다. 미술 하는 사람들이 재개발지역이나 동네에 가서 벽화를 그리거나 예쁘게 꾸며놓는 것도 정말 싫어한다. 그런 프로젝트가 상당히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그건 겉보기에만 좋아 보이는 게 아닐까. 증오하는 게 많지 않지만 그런 건 증오한다(웃음).


강: 말씀드렸던 북아현 프로젝트도 공공미술의 모색 같은 것이었는데, 벽화 칠하고 주민들 모여서 음식내고 그런 게 공공미술이 그런 센터 봉사처럼 느껴져서 자체적으로도 갈등이 많았다.


박: 벽화사업은 기업 시에서 주도하는 게 많다.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주도하다보니 때깔만 고와 보이는 게 더러 있다. 미술이냐, 봉사냐, 미술하는 사람들은 그런 개념 사이에서 많이 헷갈려한다.


강: <호수길>의 응암동 구역은 이후 완전히 없어진 건가? 아까 말씀하신 백련산이라는 곳도 사라지게 된 건지.

정: 백련산을 건너가면 홍제동이 나온다. 그쪽엔 초등학교도 있고 다른 동네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백련산은 그대로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옆에 은평시립병원이라고 소위 말하는 정신병원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도 아직 남아있다.


강: 주민들이나 지역 사람들이랑 합의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져서 개발이 진행되면 상관이 없지만, 요즘에는 그런 방식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일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다. <호수길>의 배경이 된 응암구역에 관한 사회문제를 잘 몰라서 그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


정: 들은 얘기 중에 하나를 말씀 드리면, 동네에 남아 계셨던 분들 중에 구멍가게하시면서 오래 사신 분이 계신데, 그분도 재개발 이루어질 때 동의를 했었다고 한다. 본인도 서약서에 싸인을 했었고. 그런데 나중에 그 분은 자신이 속았다고, 술을 먹이고 구슬려서 동의하게 했다고 그래서 이것 때문에 싸운 분들도 계시고 하다. 당시 우리 집은 월세여서 그 문제에 끼지는 못했지만 어찌 되었건 간에 주민들이 만든 거라 생각한다. 지금 사태는 결국 사람들이 만든 거라 생각한다.

 

 


 

강: <호수길>이 완전히 다큐멘터리라곤 생각되지 않지만, 이러한 주제의 다큐멘터리나 픽션이 담긴 영화들을 보면 나래이션을 많이 넣거나 하는 감독들, 혹은 경향들이 굉장히 많다. 이렇게 대사 없이 이미지적인 편집으로 작업하셨던 이유가 있는지. 요즘의 젊은 감독들은 거의 대부분이 설명조로 작업한다. 사실 설명만 하는 방식보다는 이미지적인 방법으로 사건에 대한 문제를 상기시키는 걸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만 말이다.


정: 말을 별로 안 좋아한다, 하하. 보이고 들리는 것만으로 작업하고 싶다. 동네에 나오는 말들보다는 동네 자체를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호수길>을 찍었던 곳의 느낌이나 감정들을 그냥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강: 이후의 작업도 <호수길>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실 예정인가.


정: 모르겠다. 너무 엄격하게 가져가진 않으려고 한다. 말하는 건 일단 별로 안 좋아하니까.


강: 시네마디지털서울때는 몰랐는데 이번 서독제 상영 때 가까이서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화면이 완전 픽스된 게 아니라 살짝살짝 미세하게 움직이더라. 그리고 클로즈 업 잡을 때 어떤 대상을 지속적으로 천천히, 차분하게 좇은 게 아니라 일부러 약간 흔들리고 혼돈스럽게 카메라를 이동시켰던 것 같은데.


정: 워낙에 흔들리니까 그렇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정황에 말씀하신 것처럼 보이는 방법이 맞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앞부분은 모두 픽스촬영이고, 2부, 그러니까 뒷부분은 트라이포드가 없었고.


강: 중간에 삽입된 불 장면이 궁금했다. 어디서 따온 건가.


정: 겨울에 공사장가면 불이 많지 않나. 촬영지였던 은평 쪽은 아니었고, 다른 곳에서 따낸 거다.


강: 애초에 <호수길> 계획할 때부터 불 장면을 염두에 두고 가게 된 건지.


정: 불이 필요했다. 딱히 ‘불’이라기 보단 느끼기엔 (살짝 소리를 지르며)‘왁’, ‘아악’ 이런 건데, 그러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불이란 대상의 감각이 필요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웃음), 소리를 지를 수 있는 느낌이 필요한 거다.


강: 그럼 불이 필요했던 상황과 비슷하게 작용한 것이 중간중간에 나왔던 개 짖는 소리였던 건가? 포크레인씬에도 그렇고 개 짖는 소리가 자주 삽입되어 나오던데. 영화를 보면 개가 없을 것 같은 부분에서 개 짖는 사운드가 나오고 그러더라. 자신의 동네를 파헤치는 낯선 사람에 대한 반감을 개 짖는 소리로 잡고, 그것을 감독 자신으로 치환해 나타내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 개는 계속 짖고 있었다, 물론 공사장부분은 따로 삽입된 거고. <호수길>을 촬영하면서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내가 동네의 개 같다는 생각이었다. 내가 동네 개고, 동네 개가 되어 여기저기를 돌아다닌다는 생각. 내가 동네 개 같기도 하고 뛰어노는 애들도 나 같기도 하고, 걸어가는 할머니도 나로 느껴지고. 카메라 시선, 소리, 그런 모든 것들이 전부 다 내 자신으로 느껴졌다.


강: 처음 초반 장면들을 찍고 중간에 병역거부를 하게 되면서 거부와 동시에 자연스레 따라오는 공백이 생겼다. 그리고 나서 다시 동네를 찾았을 때 상황이 어땠었나. 형을 살고 있던 기간 동안에는 동네에 관한 아무런 소식도 들을 수 없었던 건가?


정: 사람들은 없고 우리 집도 이사한 상태였다. 안에 있을 때, 그러니까 간극이 생겼을 때 혼자 그곳에 관한 조사와 기록을 계속 했다. 어머니나 김경만 감독님에게 체크를 부탁했다.


박: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는 영화가 자연스레 흘러가는 방식인데 뒷부분에 가서는 사운드나 불 같은 이미지들이 재현되어서 나온다. 전과 후가 느낌이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후에는 개발이라는 인간의 행위가 들어가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정: 그건 그냥 그렇게 된 거다. 형을 살아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그러다보니 그렇게 된 거다. 1부와 2부로 나눠지는 느낌은 처음에 의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하루처럼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에 대해 알고 있어서, 혹은 엔딩크레딧 전에 올라오는 자막에서 밝혔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분명한 건, 와장창 창문이 깨지면서부터 무언가 다르게 시작되는 장면이 생겨난다는 것.


강: <호수길> 초반에 응암구역 전경을 보여주면서 그 전경에 아이들 모습이 오버랩되어 쏘아지는 장면이 있다. <호수길>을 다시 봐도 드는 생각은 이 장면이 전체 영화 내에서 이질적이라는 것이었다. <호수길>을 보면 ‘이곳에 이런 사람들이 있었어요’, ‘소중해요’ 라는 설명들을 하는 게 거의 없어서 좋았는데, 그 장면만은 유독 직접적인 설명이 보였다.


정: 그냥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넣었다. 다른 의도는 없었고 그냥 보기 좋아서. 그렇게 느끼셨다면 그렇게 보는 게 맞는 걸지도 모르고(웃음). 좋아서 넣었다.



강: <호수길>은 올해 많이 회자되었다.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나?


정: 영화를 상영한 곳은 시네마디지털서울과 서독제 두 군데인데,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웃음).


박: <호수길>은 ‘재개발’이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인데, 그런 주제와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들 간의 시의성이 상당부분 작용하는 것 같다. 영화와 현실이 닿아있어서 현재 좋은 평가를 얻고 있지 않나.


강: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서 오히려 더 공감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서독제에서는 대부분 88만원세대/개발 이야기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하고.


박: 어떤 주제라는 걸 떠나 배경이 되는 것들에 언제부턴가 타워크레인이 빠지질 않는다고 생각한다.


정: 타워크레인은 다들 느끼는 바고, 때문에 반사적으로 보여지는게 아닐까. 이상하다고 느끼니까, 다들.


박: 타워크레인이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너무 일반화 되어있다 생각한다. 감독님하고 같이 일하는 분들도 성향 자체가 딱 ‘진보’라 하긴 그렇지만, 체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정: 그럼 주변사람이야기를 해야 하나(웃음). 좀 더 예민해져가고 있기 때문에 환기도 하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방안 공기가 안 좋은데 그냥 살기는 어려우니 창문도 열어보고 그래야 되는데 말이다.


강: 딱히 ‘재개발’이라는 범주 내에서 말할 수는 없는 영화지만 어찌되었건 <호수길>이 재개발이라는 주제에 발을 담그고 있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분노표출이라거나 부조리와 관련된 것들에 관한 질문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정: 어제 GV에서 영화에 관해 ‘분노’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분노라는 말이 정의하긴 힘들고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만들 때 좋았던 시절도 있고 힘들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다. 딱히 그런 질문을 중점적으로 한 사람들은 없다.


강: 본인이 보기에 가장 주목해서 봐야하고 영화 속에서 중요하게 생각되고 애착이 갔던 지점이나 신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


정: 그런 건 없었고 영화 전체가 다 좋았다. 다 싫기도 하고 다 좋기도 하고. 오히려 그런 장면들이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두드러진 장면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강: 사운드나 촬영이나 기타 등등 <호수길>을 찍으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무엇이었나.


정: 사실 내가 무슨 질문이 던져지면 빨리 깨닫고 답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팍 무언가 들어온 다음 한참 있다가 인지하는 타입이다. 그 질문을 받으니까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웃음). 한참 있다 나 혼자 생각해보고 깨닫게 되겠지.

 

 

 

박: <호수길> 이전에 단편들도 연출했었다. 영화는 언제부터 찍게 된 건가?


정: 고 1때부터? 정확한 연도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고 1때였던 것 같다. 학교 내에서 찍은건 아니었고, 밖에서 강의 듣고 워크샵 듣고 그러면서 찍기 시작했다.


강: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직접적인 계기 혹은 동기가 있었나?


정: 떠올려보면 항상 주변에 영화들이 있었고 영상매체가 널려있었다. 직접 찾아보기도 했고, 자연스레 그렇게 된 거 같다. 계기라기보다 책임져야할 말을 많이 하고 다녔다. 엄마한테 ‘엄마 나도 저런 거 만들래’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중에 들어보니까 내가 그런 말을 정말 많이 하고 다녔더라. 영화감독 될 거야, 이런 창피하고 웃긴 말을 말이다.


박: 영화 만들 때 대부분의 촬영을 혼자 하거나 심지어 후반작업도 소수로 하고 있지 않나, 경제적인 면 말고 그러한 영화작업방식을 선호하는 이유가 있는지.


정: 일단 편하다. 편한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노동의 대가를 줄 수도 없고 해서 내가 몸으로 때우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 외에는 다른 건 없다. 말을 잘 못해서 설득시키는 방법도 모르고.


박: 상업 시스템같은 경우는 일단 인원이 많이 필요하다. 제작을 하게 되더라도 감독님이 하고 싶은 방향이랑 커리큘럼들이 맞아서 하는 건지 아님 그냥 그런 부분을 버리고 혼자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정: 잘은 모르겠다. 사실은 예전에 사람들과 같이 작업한 적이 한 번 있다. 그런데 그때 너무 못된 짓을 한 것 같아서 그 이후에는 차라리 혼자하는 게 마음 편하다 생각했다.


박: 전작에 관한 스틸컷을 얼마 전에 봤다. <누군가의 마음>, <홍제천>, <물 한잔> 등등. 제목만 들으면 자연이라는 소재와 영화가 굉장히 밀접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별히 자연에 관심이 많은 건가? 주로 일상을 찍는 작업을 하는데.


정: 주변에 있는 거니까 주변에 있는 걸 찍는다. 자연이 되든 화장실변기가 되든 주변에 있는 것들 말이다. 요샌 냉장고에 관심이 가더라. 그냥 냉장고가 신기하다. 음식도 나오고.

박: 특별히 좋아하는 감독이 있나.


정: 허우 샤오시엔. 나랑 좀 다르다. 그치만 좋아한다, 좋은 분 같다.


강: 인디포럼에서는 언제부터 일하게 된 건가?


정: 2007년부터 시작했다. 2005년에 내 영화를 처음 틀었으니까 나에겐 참 고마운 영화제였기도 하고 해서 2006년에 다시 영화를 출품하려고 했는데 그때 작품을 받지 않아서 영화제가 없어지나 싶었다. 그때부터 혹시 영화제에 도움 되는 일이 없을까 싶어 인디포럼 문을 두드렸었는데, 그곳에 계셨던 분들이 좋은 분들이어서 계속 하게 되었다.


강: <호수길>도 언젠가 ‘인디포럼 월례비행’에서 상영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월례비행 프로그램에 어울리는 영화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다음 영화에 관한 질문을 드리고 싶다. 그러고 보니 이건 개인적으로도 몇 번 했던 질문 같다. 차기작에 관한 질문은 보통 감독들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아닌가.


정: 이번 년도 인디포럼 때부터 계속 듣던 질문인데, 그때부터 사람. 사람을 찍고 싶다 떠들고 있는데(웃음), 또 다시 대답하자면(웃음) 사람을 찍고 싶다.


강: 아직 어떤 대상을 찍고 싶다거나 그런 구체적인 건 없는 건가? 처음 질문 드렸을 때는 없었는데, 혹시 그동안 생기신 건지(웃음).


정: 음, 말 할 수 없다. 비밀이다, 하하.

 




(진행.정리: 강민영 / 사진: 박정애)

 

2009.12.15
강민영(edi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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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2)
  • 김시원
  • 2009-12-16 15:17:55

바쁜 와중에서도 수고가 많으셨네요. 정말 흥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저 옷이 교복시더군요. 사전모임때부터 한번도 다른 차림을 못보았어요.GV때도 김동원 감독님이 '이런 영화 만든 감독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는데 생각했던 대로네요'라고 하셨었죠

  • 박정애
  • 2009-12-18 05:20:53

아 빵 터졌어요 ㅋ 생각했던대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