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모영화제의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몇몇 영화기자들과 함께할 자리가 있었다. 영화제 준비상황과 내용으로 시작된 대화는 자연스레 영화계에 당면한 문제로 옮겨갔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계속된 영진위 지원 단체에 대한 감사 결과에 관한 이야기가 대종을 이뤘는데 어느 단체는 감사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둥, 어느 곳은 무탈하게 잘 넘어갔다는 둥 다양한 의견과 시선이 교차되었고 개별적 사안에 따라 때론 격론도 벌였지만, “이것이 끝은 아닐 거”라는 것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감사결과를 토대로 한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질 것에 대부분 수긍하였다는 말이다. 이번 감사는 무사히 넘어가게 되었을지라도 불확실한 앞날을 고려할 때, 기획 행정 회계 등의 업무처리 과정을 더욱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또 한날은 유력 매체의 기자가 전화를 걸어 만나기를 청해왔는데, 씨네큐브 사태에 관한 나의 생각을 듣고 싶다고 했다. 당사자가 아닐뿐더러 내부사정에 대해 아는 바가 없으니 특별하게 해줄 말은 없었다. 다만 씨네큐브의 운영주체 변경을 개별 예술영화전용관의 단순한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씨네큐브를 중심으로 미로스페이스와 스폰지하우스 광화문을 잇는 소위 ‘광화문 벨트’의 지형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점까지 확장시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예술영화전용관들이 ‘자본과 실용’으로부터의 끝없는 유혹과 회유를 얼마나 더 견뎌낼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스폰지하우스 압구정의 폐관소식이 들려왔다. 게다가 태광그룹은 이미 7월 초 케이블TV 방송업체인 '티캐스트'를 씨네큐브의 운영권자로 정해놓은 상태였고 내부적으로 채용공고까지 마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러고 보면 영화인들은 참으로 순진하단 생각이 든다. 몰라서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너무 상대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액면 그대로 믿는 경향도 분명히 있다. 같은 영화인들끼리라면 몰라도 상대가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일 때는 대처방안과 방향이 달라져야 하는 법. 전자는 철저히 관리규정과 자기보신을 바닥에 깔아놓고 움직이는 집단이요, 후자는 손익과 대차관계를 철저히 따짐으로써 최소한 미래의 실현 가능한 이익이라도 증명되지 않고서는 요지부동인 조직이기 때문이다. 감사원 또는 문화체육관광부 감사를 받은 영화단체나 태광그룹으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백두대간 측이나 황당하고 당황스러웠기는 마찬가지였을 테지만 한편으로 보면 조금 더 치밀하고 영리하게 상대를 간파하고 위기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 이미 엎질러진 일에 왈가왈부 할 마음은 없다. 늦더위에 지치고 답답한 날의 연속이다 보니 이렇게라도 토로해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오프라인 2호가 나왔다. 이번 기획은 ‘시네마테크공모제 6개월 이후 이야기’ 이다. 잡지를 받아보시면 아시겠지만, 네오이마주는 오늘부터 11월 25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100일 동안 시네마테크의 필요성을 알리는 짤막한 글을 올릴 계획이다. 우리의 시네마테크를 지키기 위한 작은 몸짓이다. 더 이상 우리가 사랑한 영화관을 떠나보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나. 독자여러분의 자발적인 참여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