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도시인류보고서④] 탈커뮤니티적 욕구가 반영된 비네트워크적 공간

 

 

4-3. 지역 커뮤니티와 성인 영화관의 차이

도시 지역 한복판 혹은 변두리에 존재하는 성인 영화관은 하나의 공간으로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도시 안에는 성인 영화관과 같은 음성적 공간 말고도 개방적이고 합법적인 공간들, 예를 들어 노인정이나 경로당, 주민 센터, 혹은 가까운 공원들이 더 접근하기 쉬운 곳에 존재한다. 그런데도 성인 영화관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이 지역 공동체들과 다른 기능을 하기 때문일 것인데, 어떤 차이를 보이고 어떻게 다른 기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4-3-1. 동네 각종 모임들과의 차별성

어느 지역에나 지역 커뮤니티는 희미하게라도 존재하고, 또한 노인들을 위한 공간은 노인정이나 경로당 등의 개방된 공간이 존재한다. 또한 노인들끼리 그러한 공간에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성인 영화관 사람들은 대개 50~60대 노인들이다. 50~60대 노인 중 전부는 아니나 상당수가 동네에서 맺을 수 있는 관계들보다는 여가 시간에 이곳에 오기를 택한다는 것은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이곳만이 갖는 특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쩌면 이곳 인간관계의 특징은 ‘매일 비슷한 사람들이 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동네의 여러 모임들은 존재한다는 점은 알 수 있었지만, 성인 영화관 사람들은 동네의 모임에 대해 모임의 성격이나 결속력의 측면에서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50~60대의 경우는 아직까지 젊었을 시절에 소속감을 가졌던 공동체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굳이 동네에서 모임을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들이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공간들의 선택지 중에 동네 노인정이나 경로당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기존에 자신들이 몸담고 있던 각동 공동체들이 중요한 선택지가 되고, 성인 영화관은 ‘그러고도 갈 곳이 없을 때’ ‘심심할 때’ 올 수 있는 곳이 된다.


동네 모임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동네 노인들의 공동체는 70~80대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신들은 여전히 낄 수 없기 때문이고, 굳이 심부름이나 "딱가리" 노릇을 하면서 동네에 붙어 있기 보다는 하루 만 원 내고 이곳에 오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다. 이는 그들에게 어느 정도 돈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을 입증해준다.

연령의 구분에 따라서 공동체의 차이가 생기는 또 다른 이유는 나이를 먹음에 따르는 신체의 변화 때문이다. 60대 후반의 한 노인은 5년 전 쯤에는 동네에서 몇몇 사람들과 친해져서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고 했는데, 지금은 그 사람들이 몸이 불편해서 나오지도 않고 각자 다들 치료를 받으러 다니기 때문에 서로 볼 수 없다고 하셨다. 그런 까닭에 노인들의 커뮤니티는 쉽게 와해될 수 있는데, 50~60대의 경우 아직까지 몸이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활동에 장애가 많지 않고 자신들의 취미를 누릴 수 있는 여유도 존재하기 때문에 굳이 동네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바둑을 좋아해서 ‘기우회’라는 친목 모임을 30년 넘게 나가고 있다는 한 노인은 굳이 동네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사람들과 인사하며 살아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몇몇 노인들은 노인정이나 공원의 북적거리는 분위기가 싫고, 그런 곳들은 편히 쉴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각종 소일거리들로 시간을 보내면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을 찾다보니 성인 영화관에 오게 되었다는 그들은 공원 같은 곳에는 노인들을 위한 매매춘이 성행하고, 노인들이 성병에도 걸린다면서 자신이 느낀 환멸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이곳 성인 영화관에서는 에로영화를 보든 컴퓨터로 야동을 보든 그것을 "실행"하지는 않고 그냥 보는 것으로 끝난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서 그들 자신은 성인 영화관이 주는 ‘성욕의 해소’라는 기능을 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몇몇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었다.

 

 

5. 결론 : 탈커뮤니티적 욕구가 반영된 비네트워크적 공간으로서의 성인영화관

이 연구는 인류학적 방법론을 통해 도시 속에 왜 성인 영화관이 존재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성인 영화관을 이용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노인'이란 연령 집단 내의 분화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파악하고자 시도했다.


우리가 연구했던 '성인 영화관'의 특징은 출입이 연령에 의해 암묵적인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다. 40대와 50대만 해도 대체로 아직 ‘몸이 따라’ 주고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하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은 성인 영화관의 수요층에서 제외된다. 성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는 50대, 60대부터가 성인영화관의 수요층이 된다.


이에 대한 설명을 하기에 앞서 노인들의 활동 영역인 성인영화관과 동네 밖 커뮤니티, 그리고 지역 커뮤니티가 만족시키는 그들의 욕구를 도식적으로 분류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의 욕구는 크게 '커뮤니티에 대한 욕구'와 '조용히 개인적인 여가 시간을 보낼 공간에 대한 욕구'로 양분된다.


노인들 역시 도시에서 오랜 생활을 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에서 낯선 사람과 친밀한 사람을 구별한다. 이것은 Wirth가 말한 도시의 규모, 밀도, 이질성이라는 세 가지 특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특히 앞에서 언급한 노인들이 동네의 또래들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을 통해서 도시의 ‘이질성’이 노인들의 인간관계 맺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Lofland가 설명하기를, 이러한 도시의 특징적 환경에 대해서 도시인들은 낯선 사람들 가운데 친밀한 사람이라는, 인간관계상의 선택적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대처한다. 노인들 역시 친밀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별하여 동네 밖이지만 심정적으로 더 가까운 커뮤니티의 구성원들과 선택적으로 관계를 맺지, 동네의 낯선 또래들과 관계를 맺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노인층' 내의 분화는 개인차가 있으나 60대 이하의 ‘어린’ 노인들과 70대 이상 노인들의 행동 양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 여기에는 주로 경제적 상황과 건강 문제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60대 이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욕구를 동네 밖 커뮤니티를 통해서 해소한다. 이들은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학창 시절을 같이 보냄으로써 친밀한 인간관계가 형성된 사람들과 충분히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같은 동네와 연배라는 것 말고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는 낯선 또래들과 굳이 관계를 맺지 않는다.


그런데 동네 밖의 커뮤니티는 따로 시간을 내고 공간을 마련해야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관리 대상'이다. 따라서 모임들은 매일같이 이루어지기 힘들고, 경제적 여유가 없는 노인들에게는 그나마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는 일상적으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티에 대한 욕구와 일상적으로 혼자만의 여유 시간을 보내고 싶은 욕구를 동네 밖 커뮤니티와 성인 영화관 각각에 할당해서 해소하는 것이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결국 노인들은 개인적 여가시간을 조용히 즐길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인 영화관을 찾는다. 집에서는 가족들의 눈이 있어서 성인 영화나 ‘야동’을 보는 것은커녕 마음대로 담배를 피기도 쉽지 않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기가 힘들다. 그러나 성인영화관에서는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영화를 보고 낮잠도 자고, ‘야동’도 보고 텔레비전도 보고 신문도 보고 바둑도 둘 수 있다! 여유로운 '나만의 시간' 을 보내려고 온 사람들은 성인 영화관 내에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것을 오히려 성가시게 느낄 것이고, 실제로 인터뷰이들은 그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70대부터는 경제적 지위의 약화와 건강상의 이유로 동네 밖 커뮤니티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다. 경제활동이 대부분 완전히 중단되어 고정 수입이 없고, 생계의 상당 부분을 자녀들에게 의지하게 된다. 장기적 관점에서 30년 후의 70대 노인들 역시 이런 패턴을 보일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녀에게 노후를 위탁시키기보다는 젊었을 때 미리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노후 대비'가 중요한 개념으로 정착한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이는 보다 긴 관점에서 추적되어야 할 것이다.


본인이 건강하더라도 기존 또래 집단의 구성원들 상당수가 건강에 문제가 생기며 배우자와의 사별 등이 이후의 여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뿐만 아니라 몇 명의 노인들이 지적했듯이 노인정에서는 70대 이상이 아니면 노인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70대 이상부터는 노인정에서 노인으로 받아들여지며 노인정의 주된 수요층이 또래가 되므로, 노인정을 자신이 ‘있을 만한’ 공간으로 인식하게 된다. 즉 60대일 때 보다 노인정을 더 편안하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커뮤니티에서 느끼는 만족도가 이전의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높은지 여부는 조사되지 않았으므로 알 수 없지만, 동네 밖 커뮤니티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고 노인정에서의 커뮤니티 형성이 더 자연스러워지면서 후자가 전자를 대체한다.


물론 이 도식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70대 이후에도 성인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이 있으며 60대도 성인영화관을 소비하지 않고 지역 커뮤니티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서는 개인의 성향과 성욕, 성인영화관에 대한 평판과 계층, 자기 자신에 대해 형성한 윤리적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성인 영화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여성이나 학생 등 이질적인 존재들의 출입을 불편하게 만드는 음성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데 더해, 조사자들의 연령대가 성인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에 비해 너무 낮아 라뽀(rapport)를 형성하는 데 힘들었다는 점은 이 연구를 진행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악조건이었다. 연구의 한계들 중 상당수는 여기에서 기인한다. 성인 영화관 사람들은 영화관 안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절대 올 것 같지 않았던 어린 학생들을 보고 경계하는 모습이 강하게 나타났고, 그만큼 우리들도 그들과의 라뽀 형성에 있어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에겐 새로운 경험이고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연구 대상인 노인 분들의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 있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도 인터뷰이를 구하기가 힘들었고 설문지를 돌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불량한 학생' 취급을 받는 데에서 오는 괴로움과 삐딱한 시선 역시 조사자들의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장벽으로 작동했다. 연구 과정에서 다른 노인들을 위한 각종 공간들에 대한 비교 연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또 다른 한계이다. 성인 영화관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노인정, 주민 센터, 실버타운 등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수 있었다면 비교 연구를 통해 노인층의 도시 생활에 대해 보다 복잡한 실타래를 살펴볼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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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16
편집부(편집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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