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ial

눈 뜨고 있는 자, 보고 확인할지어다



한 동안 잠잠한가 싶더니 또 시작이냐고 책망하지 마시라. 모름지기 밀어주려면 확실하게 밀어주는 것이 뒤탈 없고 일관성도 있어 보이지 않겠나? 각설하고, 이미 수차례 언급한 바 있듯이, 신동일 감독의 <나의 친구, 그의 아내>의 개봉에 대해 나는 체념한지 오래였다. 올해 들어 열여섯 편이나 되는 속칭 ‘창고영화’들이 개봉되었음에도 이 영화는 그 바람마저 편승하기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복잡다단한 환경이 개봉을 막고 있었던 탓도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창고영화들의 흥행 참패 소식은 감독의 마음을 점점 더 무겁게 만들었을 터이나, 돈과 관객 숫자만 관심 있는 제작자에게서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고 여긴 까닭인지 새 작품에만 몰두하는 듯했다. 나 역시 L씨와는 인연이 아닌 것 같으니 마음을 비우라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제 자식 같은 영화를 잊고 밀쳐두는 감독이 있다던가! 잊기는커녕 동분서주하던 1년여의 시간들. 그만하면 지쳤을 법도 하건 만 그는 불굴의 전사처럼 영화 개봉을 위해 뛰었으니, 두 번째 장편 연출작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이처럼 우여곡절 끝에 관객과 만나게 되었다.

시사회 일정이 잡히고 홍보팀이 꾸려지자 감독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기자시사회를 잘 마치고 좋은 이야기만 기사화되길 바라는 것 뿐 이었으리라. 하지만 신동일이 누워서 배 떨어지길 기다리는 인물이던가. 그는 홍보 전략이 선정적으로 흐를까봐 노심초사했고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날아든 보도 자료에 이 영화의 장르가 ‘웰-메이드 치정드라마’라는 표현이 담긴 것이다. 물론 영화 속 이야기에 비추어 전혀 납득 못할 표현은 아니다만, 그것은 이 영화의 언저리를 핥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이 영화가 내포한 무수한 이야기 중에서 관객의 구미를 당길만한 지점을 찾아낸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홍보담당자를 나무랄 수도 없는 것은, 소위 ‘쎈’게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 요즘의 관객과 기자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인지 몰라도 기자시사회 직후 기사화된 내용을 보면 홍보 전략이 어느 정도 먹혀들어간 듯했다. 베드 신, 실제로 찍은 출산장면, 친구의 아내를 탐하다, 비밀스런 욕망 등등 호기심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들이 <나의 친구, 그의 아내>를 처음 접한 기자들 사이에서 쏟아졌으니 말이다. 어쨌거나 삼각관계를 다뤘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이 아니고 비밀스런 욕망이 빚어낸 우정의 파멸이라고 한들 잘 못 보았다고 말하기 힘들다. 오히려 말도 안 되는 문구를 집어넣고 호기심 충만토록 만들어온 여타의 사례와 비교한다면 정공법을 택했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처럼 개봉을 앞둔 영화에 대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끄집어낸 이유는,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가 만들어낼 무수한 이야기들이 부디 홍보카피에 저당 잡힌 것이 아니기를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고, 오랜 기다림 끝에 관객과 만나게 된 만큼 영화적 평가만이라도 정당하게 받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오는 27일 미로스페이스와 시네마상상마당, 스폰지하우스중앙과 신도림CGV, 씨네시티 그리고 천안야우리, 프리머스전주와 파주시너스이채, 광주 무등극장, 롯데센텀시티 이렇게 일단 10개의 상영관에서 시작한다. (2주차에는 필름포럼을 비롯한 몇 개의 상영관이 추가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나는 이 영화가 몇 백만을 불러 모으길 기대하지 않는다. 상영관 수가 적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차피 상업영화와는 다른 길을 달려온 영화이고 앞으로 가야할 길 또한 그러할 것이다. 영화적 성취란 관객 숫자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증명하게 될 것이란 말이다. 그럼에도 <나의 친구, 그의 아내>는 결코 외면하고 소외시켜서는 안 되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평범한 소시민의 이야기이고 권력에 관한 빛나는 성찰이 담긴 영화인 동시에 세상의 모든 가족과 친구의 이름으로 써내려간 치열한 연대기이다. 특별히, 한국사회의 가족로망스가 그려낸 지옥도에 몸을 담근 채,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남자들에도 아랑곳 않고 시종 담담한 표정으로 지숙을 연기한 홍소희의 발견은 <나의 친구, 그의 아내>가 찾아낸 최고의 수확이라 하겠다. 그러니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눈 뜨고 있는 자, 반드시 보고 확인할지어다.

 

 

2008.11.20
백건영(영화평론가)
편집장
의견쓰기
※로그인한 회원만 의견을 달수 있습니다.
의견(2)
  • 편집부
  • 2008-11-21 08:56:24

앗! 정말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천안 뿐 아니라 전국 대도시마다 한 개관이라도 개봉했으면 좋겠네요.

  • 사마리아
  • 2008-12-03 19:42:39

영화 봤어요. ^^;;

정말 홍소희 밖에 안보이던데요. 어찌보면 흔한 얼굴 같은데, 또 굉장히 독특한.

스폰지에서 봤는데 흠흠....저 혼자서 봤습니다.

--;